<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20세기 신학의 거두 칼 바르트가 모차르트에 대하여 쓴 글들을 묶은 아주 얇은 소책자다. 칼 바르트가 썼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는 것이, 바르트의 신학을 전혀 모르더라도 매우 쉽게 읽을 수 있다. 바르트의 신학과는 무관하게 모차르트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는 글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바르트가 쓴 책'이라는 것에 관심을 둔 사람이면 실망할 수 있지만, 모차르트를 좋아하거나 '바르트가 모차르트에 대하여 쓴 책'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에는 4편의 글이 포함되어 있다. '모차르트에 관한 고백' '모차르트에 대한 감사의 편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자유'가 실려 있는데, '고백'과 '감사편지'는 제목 그대로 바르트가 모차르트에게 전하는 사적인 고백과 감사가 담겨 있다. 기억나는 건 천국에 가면 자신은 모차르트를 누구보다 먼저 만나고 싶다는 것. 모차르트에 관심이 있다면 바르트가 모차르트 음악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있는 3장과 4장이 좀 읽을 만한데, 두 장의 내용이 다소 겹치는 것이 많다.
바르트가 보는 모차르트 음악의 핵심은 '자유분방함'이다. 모차르트는 프랑스혁명과 같은 당대 정치적 사건과 직접적인 접촉이 거의 없었으며, 심지어 괴테도 거의 읽은 적 없을 정도로 독서를 하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음악에 '천착'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는 자연계나 정신계에서 단지 그의 음악에 필요한 사건이나 자료나 과제들을 찾고 발견해 낸 것 뿐"이며 "하나님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하늘과 땅에 대해서도, 삶이나 눈앞에 닥친 죽음에 대해서도, 그는 귀와 가슴에 아무런 갈등 없이 살아간 진정한 자유인"이었으며, 이런 자유분방함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바르트의 설명이다.
또 염두에 둘 만한 설명은 모차르트는 자신의 감정이나 존재 같은 주관적인 것을 음악의 테마로 사용하지 않았으며, 베토벤처럼 자신의 삶을 음악으로 고백하려 하지도 않았고 바하처럼 음악에 어떤 메시지를 담지도 않았다. "모차르트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뿐입니다." 이러한 바르트의 설명을 따른다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때 올바른 감상 태도는 그 안에서 구태여 종교적인 메시지나 역사적 맥락 등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