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257~258)



마지막 문장에 주목해보자. 로크에 따르면, 실업자가 생기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때문이다. 실업자들은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다. 여기서 합리성의 의미는 극단적으로 물화되어 재산 소유 여부, 즉 재산이 많냐 적냐가 합리적 인간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며, 재산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다. 


사회 속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며,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재산이 있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해 재산이 많아야 한다. 참으로 섬뜩하고 부박한 논리이다.


로크에게 있어 재산이란, 인간의 신체와 그러한 신체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이다. 즉,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이다. 로크의 논리를 따른다면, 노동을 통해서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취급받으며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철저하게 부르주아적 논리이다.


로크는 사상사적으로 자유주의를 정초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로크가 토대를 쌓은 자유주의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했으며, 이는 - 로크가 설령 그것을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 현실에서는 부르주아들의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했다. 이렇게 볼 때, 자유주의는 부르주아들의 이데올로기다.


한국 자기개발서들의 논리도 기본적으로는, 사유재산의 소유를 인간 합리성의 척도로 삼은 로크의 사유적 개인주의와 유사하다. 이런 것도 읽어보자며 주식 투자 책, 자기개발서적 등을 뒤적거려도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어 손이 안 가는데, 아마 이런 요인이 원인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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