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인 공장과 광산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가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질적 발전도 상당히 이루어졌다. 특히 중일전쟁 이후, 일본인 노동자의 일부가 징용되어 나가고 그 공백을 조선인 노동자들이 메우게 되면서 직장 내에서 조선인들이 좀 더 상위 직급으로 승진해 올라가는 경우도 자주 나타나게 되었다. (중략) 조선인 노동력이 질적으로 좀 더 성장하게 된 것은 명백하다. 단 이 성장은 식민지적 한계가 분명한 것이었다. - P165

1942년 초 조선 내 산업설비 투하자본 중 조선인에 의한 부분은 ‘조선 내 주요 산업자본 계통’ 중 ‘조선인계’에 속하는 것과 ‘기타의 일반 조선 내 재적회사’에 속하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전자의 1%와 후자의 4%를 합해 약 5%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반면 ‘일본 산업자본의 직접진출’ 74%를 포함하여 일본인 자산이 95%를 차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제 말 조선에 투하된 공업회사자본은 모두 일본이 회사자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177

각종 거시적 통계에서 나타나는 일제시대 조선 광공업의 발달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그것은 바로 소수의 일본인 거대 자본 계통의 성장사와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선에서 성장한 일본인 자본이나 조선인 자본도 절대적으로 성장했지만, 성장의 나용은 근대적 공업의 발달이라기보다는 자급적 및 부업적 가내공업과 재래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영세 중소공업, 그리고 정미업이나 정어리기름 제조업과 같은 1차 산품의 단순가공에 그치는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비중도 후기로 갈수록 저하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코 발전이라고 하기 어렵다. - P182

농업과 공업의 생산수단인 토지와 자본이 민족별로 극단적으로 불평등하게 소유되고 있던 조선에서는 위에서 본 일본에서와 같은 이중구조 문제가 민족문제와 겹쳐서 한층 더 격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942년 초가 되면 조선의 광공업 회사자산의 대략 95%를 일본인이 소유하게 되는 그러한 소유구조 하에서는 분업구조의 고도화나 우회생산의 확대, 공업구조의 고도화나 무역구조의 고도화 등은 모두 이 일본인 자본의 성장에 의해 주도된 것이었고, 또 주로 일본인 기업간의 분업과 우회생산의 증대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 P184

일본인 대공업과 조선인 공업 사이에는 직접적 연관관계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포령적(enclave) 혹은 비지적인 존재에 가까웠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 P190

조선의 공업은 일제 말기로 다가갈수록 군수공업화의 성격이 짙어지고, 1944년 단계까 되면 조선의 광공업은 완전히 군수공업화의 체제로 재편성된다. 생산이 전체적으로 괴멸상태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모든 생산역량을 군수품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비군수품 생산부문은 노동력, 원료와 자재, 자금 등에서 심한 제한을 받았고, 평화산업 관련 기업은 통폐합되거나 강제로 정비되었다. 이렇게 하여 획득된 생산역량은 군수회사에 집중되었는데, 조선에서 이 군수회사라는 것은 거의 완전히 일본인 자본에 의한 것이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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