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공동생활 디트리히 본회퍼 대표작 1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정현숙 옮김 / 복있는사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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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책을 읽을 때마다,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긋거나 따로 독서 노트에 메모하여 독서의 감상을 보존하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러지 못했다. 농담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새겨들을 문장들로 가득 찬 책이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음미하며 읽느라 분량에 비해 읽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나 그만큼 깊은 책이었다.

기독교는 공동체의 종교이다. 공동체는 기독교 신앙생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믿음 아래 하나가 된다. 이 책은 그러한 기독교의 공동체 생활이란 무엇인지 탐구할 수 있는 책으로, 목회자 본회퍼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개인의 경건 생활은 물론 공동체 영성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성 수양이라면,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나 사막교부의 금언집도 본회퍼의 <성도의 공동생활 >과 같은 유익을 준다. 그러나 토마스 아 켐피스의 경우, 중세 수도사적 한계가 뚜렷한 편이고, 사막 교부들로부터는 신독의 가치를 배울 수는 있지만, 공동체의 가치와 생활과는 맞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본회퍼의 이 책은 이들의 한계를 보완하여 개인의 영성 생활과 더불어 공동체 영성도 계발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1장은 성도의 교제,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답한다. “교회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성찬을 위해 함께 모일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몸과 몸을 부대끼며 함께하는 것은 신자들에게는 비할 수 없는 기쁨과 힘의 원천이 됩니다.” 성도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큰 은혜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본회퍼는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도의 교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교제”임을, 따라서 공동체 안에 개개인이 아니라 그에게 임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봐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기 교회에 대해 불평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뇌리에 깊게 박혔다.

2장 '함께하는 날'은 아침 경건 시간의 중요성과 그때의 공동 말씀 읽기, 공동 기도, 공동 찬송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본회퍼는 특히 시편 기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시편은 “하나님의 말씀인 동시에...사람의 기도”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편의 진정한 화자는 참 인간이자 참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다.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시편의 기도를 드리면, 그 기도는 인간적 소망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에 근거”한 기도가 되고, 응답의 약속도 받는다. 이외에도 공동 성경 읽기는 연독의 방식으로 읽을 것, 각 구성원이 교대로 읽을 것, 찬송을 부를 때는 단성 찬송으로 부르는 것이 좋다는 등의 구체적인 조언들이 뒤따른다.

3장은 홀로 있음의 능력이 없는 사람은 진정한 공동체의 능력을 체험할 수 없고, 오히려 공동체에 해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스도인은 성도의 교제 안에 있어야 하지만, 침묵하며 홀로 있을 수도 있어야 한다. 침묵이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침묵이란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것이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축복을 받은 후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매일의 성경 묵상과 중보기도와 개인적 기도를 위해서도 이 침묵은 꼭 필요하다.

4장은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 있어서 섬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다스리는 원리는 자기 정당화에서 나오는 폭력 행사가 아니라, 은혜로 말미암은 칭의에 기초한 섬김입니다.” 따라서 성도의 공동체 안에서 누구도 서로를 판단하며 정죄할 수 없고, 낮은 자리에서 지체를 섬기려는 모습만 남는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 남을 도와주는 것, 서로의 짐을 지어주는 섬김이 열거된다.

5장은 공동체에서 죄 고백의 중요성과 성만찬의 의미를 다룬다. 죄인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경건한 공동체”와 달리, 성도의 공동체는 죄인의 공동체다. 죄 고백과 용서 속에서 진정한 교제로 나아갈 수 있는 공동체다. 죄 고백을 통해 “하나님과 사람과 더불어 화해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받기를” 원하고, 이것이 성찬이다. “거룩한 성찬의 교제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완성 그 자체”이다. 성찬을 통해 성도들은 영원히 서로 함께 거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신앙생활과 내가 속한 교회 생활을 돌아보았고 남의 티눈은 보면서 내 눈에 들보는 못 보았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 책을 읽는 데에 시간이 걸렸던 또 다른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도 있다. 결론만 말하면, 나는 내가 속한 공동체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우리 교회의 성도분들께 더 감사한 마음을 갖기로 결정하였다. 불만 가득한 교만한 마음도 내려놓으며 더 겸손해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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