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과 변명의 인질극 - 사할린한인 문제를 둘러싼 한.러.일 3국의 외교협상 전쟁과 평화 학술총서 2
아르고(ARGO)인문사회연구소 지음 / 채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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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막연히 고등학교 '동아시아사' 공부를 하면서 일본이 점령하고 패전 후 다시 소련의 소유가 된 섬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연히 사할린 한인들에 대해서도 '일본에 의해 끌력서, 소련 때문에 돌아오지 못했다'는 책에서도 언급된 틀에 박힌 인식만 가질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한소일의 자료들을 실증적으로 검토하면서 사할린한인 귀환문제에 심층적으로 접근해보려 한 점이 그러했다.


제목인 책임과 변명의 인질극에 맞게 본 책은 사할린한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그러하지 못하였던 한과 사할린한인을 둘러싼 국가들의 무책임이 주요 내용이었다. 일본의 패망 후 3만 명에 가까운 잔류한인들은 일본인보다 먼저 귀향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믿었다(86p). 1946~1949년까지 일본인은 모두 일본으로 귀국으로 돌아간 반면, 이 한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결국 초기에 목숨을 감수하면서라도 사할린을 탈출하려고 들었다. 소련의 민정국은 노동력 유실을 이유로 한인들의 귀국을 반대하였고, 임시조치로 취했던 귀환연기가 1950년 정주화 정책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종래의 인식이나 편견처럼 한국정부가 진짜 아무 것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초기에는 그 대응방식이 소극적이고 형식적이어서 문제였다. 이승만정부는 재일조선인 문제에도 현실적 문제와 재일조선인은 빨갱이라는 인식 때문에 부정적이었는데, 소련 치하의 한인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국제적십자회가 오면서 사할린 동포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박노학과 일본인배우자를 따라 일본으로 입국한 한인 등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 60년대부터는 사할린 귀국문제가 협상테이블에 올랐다. 그러나 일본과 소련의 책임회피, 은근히 송환을 기피하던 한국, 북한의 개입...국제적 정치적 문제 때문에 사할린의 한인들은 결국 고향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주 뒤늦게, 영주귀국 결정은 또 다른 생이별의 아픔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자료가 많이 없는 환경속에서 이만큼 균형잡힌 시각에서 사할린한인의 송환문제를 다뤘다는 것이 참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고향은 있어도 국적은 없어진 이들의 고초를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사실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을 접할 수 있게 해준 부흥에 감사드린다.


p.s.

책 앞머리에 '제발 우리도 읽을 수 있는 쉽고 재밌는 글'을 써달라는 저자의 자녀분들의 투정을 부렸다는데 역시 학술총서로 나온 책이기에 자녀분들은 또 투정을 보낼 것 같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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