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드
무라카미 류 지음, 이영미 옮김, 하마노 유카 그림 / 문학수첩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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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처럼 서술된 작품으로, 개인의 내면을 지키는 '방패'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는 소설이다.

 

이 책은 기지마와 고지마라는 두 주인공을 내세워 '내면의 방패'와 '외면의 방패'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방패가 형성되고 무너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외면의 방패는 쉽게 무너지지만 내면의 방패야말로 진정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패가 됨을 보여준다.

 

기지마와 고지마는 친한 친구이지만,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다. 즉 기지마는 어른들에게 반항적이지만, 고지마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다. 그러나 고지마는 그것이 착한 흉내일 뿐이라고 말한다. 둘은 서로 질투심과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둘 중 누가 좋은 것인지 동네 수상한(?)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러 간다.

 

할아버지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어느 쪽이 머리가 좋은지는 아무도 몰라. 누구가의 상황에 따라 머리가 좋으니 나쁘니 결정하는 것뿐이야. ... 국가나 사회에 이용하기 쉽고 이익이 될 성싶은 아이는 머리가 좋다고 칭찬하지. 그렇지만 국가나 사회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아이는 쓰레기라 불리지. 그렇지만 그런 말에는 아무 의미도 없어."

 

두 주인공은 혼란에 빠지고 자신을 지켜줄 방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고지마를 지켜주던 방패는 '착한 흉내'였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것이 더이상 통하지 않음을 느낀다. 새로운 방패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할지 몰라 무너진다. 자아방어에 대해 실패하는 것이다.

 

반면 기지마는 복싱을 통해 새로운 방패를 만드는 것에 성공하고 사회친화적으로 성격을 바꿔간다. 그리고 과거에 자신이 삐딱한 태도를 지녔던 것은 그저 두러웠기 때문이라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기지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함으로써 강력한 방패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것에 취한 나머지 내면의 방패를 소홀히 한다. 결국 그는 정리해고되어 외면의 방패가 사라지자 자아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이는 오늘날 사회적 상황에 대한 개인 내면의 적절한 분석이기도 하다. 노숙자가 생기는 이유에 대한 개인 내면의 적절한 분석인 것이다.

 

다시 고지마로 돌아가 보자. 고지마는 착한 흉내를 버렸으나 새로운 방패를 찾기 못해 자아가 무너졌다. 착한 흉내는 가치로 따지자면 외부의 방패이지 내면의 방패일 수 없다. 그는 어떻게 내면의 방패를 찾았을까? 그는 막장까지 몰리고 나서야, 공부 잘 하고 사회성 좋은 것 등이 진정한 방패와는 다르다는 깨달음을 얻고, 개 훈련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천천히 내면의 방패를 가꾸어 나간다.

 

우리는 누구나 기지마나 고지마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동화처럼 양식화시킨 캐릭터이지만, 오히려 간명한 두 개의 항이 될 수 있다. 무라카미 류의 <쉴드>는 불안한 시대에 진정한 방패가 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하며 따뜻한 응원을 건네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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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과학이슈 11 과학이슈 11 1
이충환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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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과학계에 어떤 이슈들이 있을지 궁금해서 본 책이다.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구제역, 원전 사고를 비롯해 비소 생명체, 탄소 나노 삼형제, 뇌과학, 로봇 공학 등에 관한 최신 정보를 다룬다.

 

우선 이책은 많은 기사가 되었던 구제역 바이러스와 원전 사고에 대해 과학적으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어 유용했다. 우리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을 보았지만, 그 바이러스가 어떻게 침투해서 작용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바이러스의 특성부터 구제역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겨울 왜 구제역이 그토록 기승을 부렸는지, 구제역 바이러스가 왜 인간에게는 전염이 되지 않고 소나 돼지처럼 발굽이 2개로 갈라진 가축에게만 전염되는지, 바이러스에 걸린 가축을 치료하지 않고 왜 살처분해야 했는지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그간 가졌던 많은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특히나 구제역을 치료하지 않고 대량으로 살처분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는데, 그 의문도 풀 수 있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워낙 전염성이 커서 연구를 하다가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커 연구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구제역이 걸렸다가 나았을 경우 가축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구제역을 치료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살처분하는 것이 쉽지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좀 더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핵발전소 압력용기 내에 노심 용해가 어떻게 일어나고, 수소 폭발이 어떻게 해서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있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과학계 흥미로운 최신 이슈도 흥미로웠다. 먼저 비소 생명체. 지구에서 비소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생명체와 달리 비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생명체였다. 일종의 극한 생명체다. 이는 우주생물학에 큰 시사를 준다. 즉 비소 같은 독극물이 많은 외계 행성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외계 생명체를 탐사하는 영역을 현재보다 더 넓혀야 한다는 시사를 준다.

 

나아가 이 책은 '그림자 생물권'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그림자 생물권이란, 기존 생명 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생물권이 지구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생명체를 전혀 기대하기 힘든 환경에 존재하거나 기존 생명체와 전혀 달라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생물권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뿐 아니라 존엄성에 대한 기존의 생각도 깨야 한다.

 

뇌과학 분야에서는 뉴로마케팅, 행동경제학을 소개한다. 뇌의 반응을 조사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뇌과학의 급속한 발달 덕에 사람의 속내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고, 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학과 짝짓기의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이를 통해서 기존 경제학의 전제들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검토하게 된다. 즉 기존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이며 시장을 통해서 조절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좀 더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즉 시장에서 인간의 행동은 감정에 휘둘린다고 본다.

 

이를테면,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훨씬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보유 효과', 손해의 두려움으로 기대 이익을 포기하는 '손실 회피 성향'을 예로 든다. 손실 회피 성향으로 보면, 사람들이 왜 주식에서 손해를 보는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뇌과학의 성과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신소재 분야에서는 탄소나노 삼형제를 소개한다. 흑연, 다이아몬드 외에 새로운 형태의 탄소 물질을 발견했는데, 바로 플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이다. 원소는 같지만,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그 속성이 전혀 다르듯이, 이들도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새로 발견된 이들이 관심을 받는 것은 주목할만한 속성 때문이다.

 

이들의 속성은 대단히 흥미롭다. 탄소나노분자는 같은 무게의 어떤 물질보다도 강하고 열과 전기를 잘 통과시킨다. 예를 들어 탄소나노튜브는 강철보다 강하지만 훨씬 가볍다. 그러면서도 탄성이 커서 늘어나거나 휘어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화학결합이 무척 강하면서도 융통성이 있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구현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업화다.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신소재임이 틀림없다.

 

이 책은 최근 과학 이슈가 담겨 흥미로운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이슈가 되는 것들만 모아 놓아서 과학계 전반의 동향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기술 결정주의 시각을 일부 보인다는 점 등이다. 그럼에도 최신 과학의 성과에 대해 쉬운 설명을 하고 있어 최신 과학 분야의 성과와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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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제학 - 실제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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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기자가 하버드대학 경제학 수업을 듣고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해한 바를 기록한 것으로, 각각 전문가의 이론과 함께 실제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고 있다.

 

저자는 상당히 내공이 있어 단지 강의를 옮기는 것에만 충실하지는 않는다. 전문 지식과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판단력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저자는 세계적인 학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잘 전달하지만, 결코 그것을 일방적으로 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경제학자의 이론과 비교 분석한 다음 문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이 책이 다루는 강의는 다채롭다. 경제학 입문서로 유명한 맨큐부터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하며 실전 경험까지 쌓은 서머스 교수, 프리챗 교수, 보수주의자 펠드스타인 등 최고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단지 최고의 학자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론만이 아니라 오늘날 경제, 금융계의 핫이슈에 대해 주장하는 바를 들을 수 있어 박진감 넘친다. 때로는 교수 사이의 토론까지 벌어져 더욱 긴장된다. 특히 서머스 교수와 프리챗 교수의 논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토론은 언제든 즉석에서 이루어진다.

 

하버드대학 강의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으며 우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단순히 요약 정리해서 전달해 주는 방식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전하기도 하고, 문제의 복잡함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정말 지성의 전당이란 확실히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엉청난 독서량에도 놀랐다. 한 과목당 참고 서적이 8페이지에 달한다. 그런데 경제학 참고 도서는 문학이나 역사학 전공자에 비해 훨씬 적다고 한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 정책을 다룬다. 그러나 미국 제도가 항상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남의 나라 얘기처럼 읽을 수는 없었다. 이들의 논쟁을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펠드스타인 교수의 부자 감세 주장을 들 수 있다. 그는 줄기차게 부자들의 세금을 줄이라고 외친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고. 딴나라당과 2mb가 주장하는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부자들은 이미 돈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서민에게 10만원과 부자에게 10만원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서민은 10만원을 위해서라면 아득바득 싸울 수밖에 없지만, 부자들은 그 정도에 목숨을 걸 것까지는 없다. 결국 부자들에게 세금을 조금 더 부과하든 덜 부과하든, 그것으로 경제가 살아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보수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책은 결코 아니다. 보수적인 주장과 진보적인 주장을 균형 있게 다룬다.)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미국 경제의 내막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 교수들은 최고의 이론가이자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서머스 교수가 1994년 멕시코 금융 위기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 내막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주택시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분석도 들을 수 있다.


경제학의 최신 이슈들에 대해 최고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들어볼 수 있어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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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아플까 - 몸과 마음의 관계로 읽는 질병의 심리학
대리언 리더 & 데이비드 코필드 지음, 배성민 옮김, 윤태욱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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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정신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이 분석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때때로 팔에 마비가 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벌하기 위한 정신의 작용이다. 누군가 범접하지 말하야 할 이에게 욕망을 느껴 더듬고 만진 일이 있다고 하자. 또 그는 자신의 행위에 치명적인 죄책감을 느끼고 그 일을 잊고 싶어한다고 하자. 그에게 가끔씩 팔에 마비가 온다. 당시의 비슷한 느낌이나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있으면, 그 행위를 벌인 자신의 팔에게 벌을 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은 육체의 질병에 영향을 준다. 이 책은 정신분석학의 성과를 통해 육체의 질병을 분석하는 책이다. 프로이트 시절보다 더 과학적인 분석을 한다.

 

프로이트 이후, 눈부신 의학의 발달로 인해 신경과에서는 프로이트가 연구했던 증상들을 간단하게 약물을 처방하여 치료하곤 했다. 그러나 약물 치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당장 증상을 눈앞에서 없애주기는 하지만, 원인을 치료해 주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금새 재발하곤 했으며, 환자는 다시 약물을 찾다가 약물 중독이 되기도 했다. 최근 의학계의 일부는 다시 프로이트를 배우고 있다. 물론 주류 의학계는 언제나처럼 별로 관심이 없다.

 

이 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오늘날 의학을 결합시켜 정신-신체 의학을 주창한다. 그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주요 질병 가운데 오직 마음의 문제 때문에 걸리는 병은 하나도 없다. 마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질병도 없다. 결국 몸과 마음은 잠재적으로 얽혀 있다."(16쪽)

 

즉 이 책은 정신과 육체라는 두 개의 영역에서 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에 따라 어떠한 질병이 발병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일상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는 마음이 아프거나 감정적으로 고통을 겪으면 바이러스에 훨씬 쉽게 감염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실직을 하거나 인간관계가 파탄날 때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그런 경험을 한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위장에 헬리코박터 균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모두 위염이나 궤양에 걸리지는 않는다. 오늘날 의학은 단지 병의 원인을 외부의 침입으로 선명하게 설명하려 하지만, 분명 그것만으로는 만족할만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오늘날 의학이 설명하는 박테리아 모형은 사실 중세 시대에 악마가 병을 가져온다는 생각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악마가 과학의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난 것이 세균이다. 그에 비해 정신-신체 의학은 정신과 신체를 구분되는 실체로 보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정신과 신체가 함께 작용하는 질병에 관해 흥미로운 사례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때마다 같은 달에 예약한다고 한다. 심지어 몇 년간 병원을 찾지 않았더라도 환자들이 다시 의사를 찾을 일이 있으면 예전에 방문했던 날짜에 병원을 찾는다.

 

그것을 세심하게 조사해보면, 그날이 배우자와 사별한 날이거나 충격적 사건이 있었던 날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식되는 기억 대신에 신체 증상이 그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다. 이른바 '추모일 반응'이다.

 

남성들은 아버지의 기일에 자주 병에 걸리고, 여성들은 특정한 나이가 되었을 때 아픈 경우가 많다고도 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가 60세였다면, 딸도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병에 걸린다.

 

이런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초기의 상실 체험을 대체하거나 보상받기 위해 다른 사람과 사귄다. 그런데 관계가 깨지거나 힘들어지면 그는 초기 상실 체험으로 다시 굴러 떨어진다.

 

그동안 프로이트 이후 정신신체 의학과 관련해 꽤 많은 연구 작업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다.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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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학 오디세이 - 유럽문학을 읽다!! 고전에서 현대작품까지
김정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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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학 오디세이>는 목포대 교수인 김정자 저자가 고전 문학 작품들을 읽고 이해한 것을 풀어낸 강의록이자 독서록이다. 간단히 말해, 명작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홀로 고전 문학 작품들을 읽고 나서 개인의 감상을 보완하거나 하고 싶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나에게 이 책은 그동안 읽었던 고전 작품들을 떠올리면서 다시 감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을 소개받는 시간을 주었다.

 

이 책에는 게르만 신화와 중세문학 작품에 대한 소개가 맛깔났다. <트리스탄>은 바그너의 오페라가 유명해 스토리를 익히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이 독일 특유의 낭만적 사랑의 원형을 이루며, 죽음에의 도취 경향을 보여 준다. 이 책은 <트리스탄>에서 이 세상에서 맺어지지 못하고 죽어서야 합일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서양 문학에 많은 모티브를 제공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렇다.

 

<트리스탄>이 보통 중세 작품이기 때문에 기사문학으로 분류되는데, 중세의 서사시들이 즐겨 취급하는 기사의 모험이나 신앙 문제를 다루지 않고 오직 사랑만을 다뤄 특색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트리스탄>이 중세 최고의 연애서사시라고 한다. 이 작품은 그 미칠 정도로 끌려 드는 사랑의 강렬함이 잘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충분히 어울린다.

 

아서왕 전설이 혼합되어 있는 중세 문학 <파르지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성배를 찾기 위한 여행에서 자아를 찾는 성찰의 여정이 함께 그리ㅕ져 완성된 인격을 추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이 작품은 파르치발의 성장 발전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른바 성장 소설의 개념이 생겨났다고 한다.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토마스 만의 <마의 산>, 헤세의 <데미안> 등 독일의 찬란한 성장 소설의 맥을 생각해 보면, <파르지팔>이 성장 소설의 효시로서 매우 커 보이지 않을 수 없다.

 

<햄릿>에 대한 설명도 흥미를 끌었다. 저자는 르네상스인 세익스피어가 인생의 복잡한 문제인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함으로써 근대적 회의주의자로 햄릿을 그렸다고 분석한다. 확고한 신적 믿음과 인간적인 세상에 대한 기대 사이에서 흔들리는 르네상스 시대의 시대 감정, 즉 회의주의자의 번민이라는 분석이다. 공감이 간다.

 

이렇듯 이 책은 고전 작품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교수로서 개인의 독서록이라는 말에 어울리려면, 더 많은 저자만의 독자적인 감상과 깊이 있는 해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고전 문학 작품들을 다시 떠올리고 작품 이해의 눈을 높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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