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경제학 - 실제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기자가 하버드대학 경제학 수업을 듣고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이해한 바를 기록한 것으로, 각각 전문가의 이론과 함께 실제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하고 있다.

 

저자는 상당히 내공이 있어 단지 강의를 옮기는 것에만 충실하지는 않는다. 전문 지식과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판단력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저자는 세계적인 학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잘 전달하지만, 결코 그것을 일방적으로 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경제학자의 이론과 비교 분석한 다음 문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이 책이 다루는 강의는 다채롭다. 경제학 입문서로 유명한 맨큐부터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하며 실전 경험까지 쌓은 서머스 교수, 프리챗 교수, 보수주의자 펠드스타인 등 최고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단지 최고의 학자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론만이 아니라 오늘날 경제, 금융계의 핫이슈에 대해 주장하는 바를 들을 수 있어 박진감 넘친다. 때로는 교수 사이의 토론까지 벌어져 더욱 긴장된다. 특히 서머스 교수와 프리챗 교수의 논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토론은 언제든 즉석에서 이루어진다.

 

하버드대학 강의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으며 우리와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처럼 단순히 요약 정리해서 전달해 주는 방식이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전하기도 하고, 문제의 복잡함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정말 지성의 전당이란 확실히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엉청난 독서량에도 놀랐다. 한 과목당 참고 서적이 8페이지에 달한다. 그런데 경제학 참고 도서는 문학이나 역사학 전공자에 비해 훨씬 적다고 한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 정책을 다룬다. 그러나 미국 제도가 항상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남의 나라 얘기처럼 읽을 수는 없었다. 이들의 논쟁을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펠드스타인 교수의 부자 감세 주장을 들 수 있다. 그는 줄기차게 부자들의 세금을 줄이라고 외친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고. 딴나라당과 2mb가 주장하는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부자들은 이미 돈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서민에게 10만원과 부자에게 10만원은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서민은 10만원을 위해서라면 아득바득 싸울 수밖에 없지만, 부자들은 그 정도에 목숨을 걸 것까지는 없다. 결국 부자들에게 세금을 조금 더 부과하든 덜 부과하든, 그것으로 경제가 살아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보수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책은 결코 아니다. 보수적인 주장과 진보적인 주장을 균형 있게 다룬다.)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미국 경제의 내막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 교수들은 최고의 이론가이자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서머스 교수가 1994년 멕시코 금융 위기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 내막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주택시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분석도 들을 수 있다.


경제학의 최신 이슈들에 대해 최고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들어볼 수 있어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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