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김현균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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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을 보고 이 소설을 읽으니, 볼라뇨의 스타일이 확연하다. 이름들의 수평적 배열, 기억에서 불러내기, 시궁창에서 끄집어내기 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이름들의 향연’이 그것이다.

많은 이름들이 예기치 않은 장애물처럼 툭툭 튀어나와 읽는 속도를 둔화시키는데, 이런 개별 ‘이름’들에만 신경이 쓰이다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점점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를 멕시코 詩의 어머니라 부르는 아욱실리오의 미래와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종잡을 수 없는 독백이 혼돈의 늪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똬리를 튼 거대한 뱀 같다.

우리의 지난 엉망진창인 정치역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멕시코의 역사, 그 안에 시를 사랑하고 예술의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아욱실리오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의 잔상으로 어떻게 절절거리게 되는지… 소설은 가슴을 푹 파고 후비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의 기억을 서서히 아주 천천히 드러낸다. 그 과정 자체가 망설임이고 고통이고 눈물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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