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보이
존 레이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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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 어떠한 ‘심연’이라도 건너 뛸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배인 것 같다. 왜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불가능한 것을 배제하면 되니까.

열 여섯, 정신분열증인 ‘로우보이’와 독자인 나 사이엔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 인정하자. 부분부분만, 아주 파편적인 부분에서만 나는 나의 방식대로 그를, 그의 어둠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소설이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것은 문장이나 플롯이나 스토리의 그런 것이 아니라 DNA의… 커 온 배경의… 그런 심연이다. 이해하고 짐작할 수 있지만, ‘로우보이’가 뉴욕의 지하철이 아닌 서울 2호선 그린라인에 나타나 내게 말을 건네왔을 때 선뜻 받아주지 못할 나를. 내가 너무나 선명하게 그릴 수 있다. 라는 뜻이다.

올 해 읽은 최고의 소설 후보에 미리 올려놓고 싶을 만큼, 소설은 ‘현실의 나’가 그 심연을 대하는 기분 나쁨과 당혹감. 그리고 ‘독자로서의 나’가 느끼는 눈물과 휴우.. 하고 한숨 지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을.. 그 가장자리를 얇게 베어낸다.

매끄럽게 베어진 틈 저편에 언뜻 심연의 눈동자가 이 편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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