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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자라는 그곳, 지중해
홍수정 글.사진 / 책만드는집 / 2009년 1월
평점 :
여행에세이들을 좋아해서 여러 여행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지중해에 관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특히나 마음이 자라는 그 곳이라는 지중해를 설명하는 타이틀이 참 좋았다. 지중해 하면, 우선 푸르른 바다와 언덕위에 세워져 있는 하얀색, 파란색들이 어우러진 예쁜 집들부터 생각이 난다. 그 곳에 서 있기만 해도, 바람을 맞기만 해도 왠지 그곳의 푸르름을 다 머금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그런 곳...한번 쯤 머리가 복잡할 때 가면 정말 한가로움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곳이 지중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가가 지중해를 택한 건 아닐까? 하는 나의 추측..
<마음이 자라는 그 곳, 지중해>는 라디오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작가가 자신의 일도 접고, 모든것을 제쳐두고 자신만을 위해 떠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0일이 조금 넘는 날들동안의 여행기를 담고 있다. 스페인, 남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의 모습을 만날 수 있고, 챕터마다 그 곳과 어울릴 것 같은 bgm으로 좋은 노래들의 가사도 살짝 쓰여져 있다. 여행중 입고, 먹고,자기나 교통수단, 영어, 혼자 여행할 때 필수품등의 팁들도 함께 실려있었다.
서른둘의 나이에 그것도 여자 혼자서 하던 일을 제쳐두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니..참 용감무쌍한 일이다. 나라면 절대로 생각지도 못 해봤을 일. 낯설은 그 곳에서 덩그러니 혼자가 되는 기분이 싫어서, 울적해 질 것만 같아서 겁많은 나로서는 실행에 옮기지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한번 쯤 혼자서 하는 여행도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로맨스가 일어나길 바래도 보고,작가처럼 혼자이기에 스스럼 없이 다가가 친구가 되고, 한국사람이라도 만나면 반가워 하고 동행할 수 있는 길동무가 되고,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다. 언제가 한번 쯤, 용기가 생겼을 때 낯선 곳으로 날아가 소중한 인연들을 마구마구 만들어 오고 싶다.
지중해에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안 해 봤는데, 책 속 사진들을 보니 꼭 한번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을 한가득 지중해에 대한 감성으로 가득 채워오고 싶은 느낌이다.그리고 왠지 모르게 지중 해 속에서의 그녀와 함께 나의 마음도 한뼘 더 자라게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여행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나, 그 곳의 풍경보다는 일기나 편지처럼 작가의 생각이 더 많이 담겨 있는 책이다. 지중해를 알고 싶고, 여행을 떠나기 위한 유용한 팁이 필요한 사람 보다는 그녀의 이야기들과 지중해에서 그녀의 생각에 공감하고,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