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늙으면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를 위해, 그리고 한 무더기나 되는 손자 손녀들을 위해 살아야 하지. 그래도 살아 있는 게 죽는 것보다는 나은 법이야"39
ㅡㅡㅡ
"내 나이 일흔하고도 둘이야. 어떤 일을 겪어보지 못했겠니? 우물이 마른다고 내가 쓰러질 줄 알아? 땅속에 물이 있기만 하면 내가 어떻게든 퍼올리고 말 거야. 해가 아무리 질기다 해도 물을 다 말려버릴 수는 없어."41
.
.
중국 소설가 옌롄커는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작품 대부분이 출판금지됐지만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세계적 작가라고 한다.
단편집 연월일은 작가가 지금까지 발표한 70여편의 중, 단편 소설 중 직접 4편을 골라 발간했다고 한다. .
.
.
<연월일>
지독한 가뭄과 굶주림, 가난, 장애, 외로움 등의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놀라운 의지와 고군분투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모두가 떠난 마을을 지키며 눈먼 개 "장님"과 함께 살아가는 셴할아버지는 모든게 타들어가는 가뭄속에서 식량인 옥수수를 심고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굶주림에 지쳐 쥐를 잡아먹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해간다.
중간에 샘물을 발견했으나, 그 주변을 멤도는 늑대무리와 대치하게 되는데그 상황이 어찌나 실감나는지 정말 긴장되고 숨이 막혔다.
결국 희생하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장님이를 사랑과 의리로 지켜내려 노력했던 셴할아버지의 마음들이 뭉클하고 아릿하게 다가온다. .
.
<골수>
딸 셋은 간질 때문에 발작증상을 자주 일으키고, 막내인 아들마저도 저능아인 요우쓰댁은 그들을 포기하고 자살한 아버지와 다르게 그들을 끝까지 책임진다. 첫째 딸의 남편은 절름발이, 둘째 딸의 남편은 애꾸눈인데, 발작증상이 가장 심한 셋째는 어떤 장애도 있지 않은 사람을 남편으로 맞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자식을 위해 어떤 것도 불사하는 어머니의 희생과 투쟁이 담겨 있다. .
.
<천궁도>
루류밍은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늘 절면서 다니지면, 죽을때까지 자신의 아내와 가족을 위해 고통스러운 노동에 시달린다.
돈이 필요했던 그는,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감옥살이를 하기도 하고,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잠자리를 허락하기도 해야하는 정말 끔찍한 삶을 사는데, 그럼에도 늘 아내에게 돈을 벌어다주고, 빚을 갚고 싶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노동을 이어간다. .
.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손녀와 할머니의 대화 속에서 외모가 아름답다는 이유로 지주의 세번째 아내로 살아가다, 지주 계급의 몰락으로 인해, 다시 결혼을 하게 된다.
원했던 이가 있었지만, 간부가 정해주는대로 원치 않는 이와 다시 결혼을 하고 살아가는데 죽을때까지 자신이 원했던 남자를 잊지 못한 할머니의 사랑, 그리고 할머니를 내내 사랑하던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다.
옌롄커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책을 읽은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무척 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죽은이가 등장해 대화하거나 알지 못하던 일들을 알려주고, 이승과 저승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초현실적 설정이 있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을정도로 이야기속에 잘 녹여져 있다.
어렵고 난해하지 않은 문장들과 구성과 오히려 심플한 문체덕에 가독성도 좋고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인간의 내면과 욕망,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들이 현실과 충돌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절망과 고통, 외로움을 경험한다.
어쩌면 야만적이고 인권을 침해 당하는 삶속에서 신비한 시각과 영혼의 빛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섬뜩할정도로 무서운 현실을 표현해 불편함도 느껴지지만, 정말 한장도 지루하단 생각을 할 수 없을정도로 흥미롭고, 신비하다.
약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술술 읽힐정도면 말이다.
초현실적 설정과 여러 인간군상들과 잔인한 현실들이 한대 어우러져 정말 독특했고, 재미있었다.
연월일은 제 생명 여정의 한 줄기 신비한 극단이자 신비한 시각이며 영혼의 빛입니다.
골수와 천궁도도 제 생명 여정의 또 다른 신비한 극단이자 영혼의 빛이지요.
-옌롄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