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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늘 적막한 시골길을 걸어가는 느낌이에요. 공기도 좋고, 경치도 아름답고, 그런데 한량없이 권태롭기만 한 기분.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내 것이 아니라는 느낌. 나를 밀어낸다는 저항감.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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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충고들을 하지요. 인생의 바른길을 자신만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요. 친구여, 네가 가는 길에 미친놈이 있다니 조심하라.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전화를 받는 친구가 바로 미친놈일 수 있는거예요. 그리고 그 미친놈도 언젠가 또다른 미친놈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거예요. 인생을 역주행하는 미친놈이 있다는데 너만은 아닐 줄로 믿는다며. 그 농담의 말미처럼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미친놈은 아마 한둘이 아닐 거고 저 역시 그중 하나였을 거예요.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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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알아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요.
그런데 그게 막 그렇게 두렵지는 않아요. 그냥 좀 허전하고 쓸쓸할 것 같은 예감이에요. 희귀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가 된 탓이겠죠.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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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지나고 보니 어찌어찌 견뎌냈다.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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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할수 있는 일은 큰 차이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이 그래. 지금은 날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겠지만 말이야. 물론 그 마음이 진심이란 것 알아. 하지만 진심이라고 해서 그게 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어.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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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긴 뭘 바로잡아.
어떤 과거는 그냥 흘러보내야 되는 거야.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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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원했던 내일도 막상 오면 헛되이 보낸 어제보다 나을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너무 비관적인가요?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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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의 단편집을 리뷰한다는건 늘 어렵게 느껴진다.
단편 하나하나를 쓰기에도, 한꺼번에 몽땅 쓰기에도 방대한 느낌이랄까.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단편이 아닌,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내용들이다.
모든 단편에 담긴 상실은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알듯 모를듯 있는 작은 회복이나 희망들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기도 하다
김영하작가스러운 건조한 문체와 은은함이 돋보이는 단편들이었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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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이상하게 좋아하는 작가 책은 사두기만 하고 늘 읽는 속도가 더디다.ㅠㅠ
한참만에 읽은 책인데 역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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