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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ㅣ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평점 :
김순임 씨가 천천히 녹여 먹던 사탕.
제사상에서 가장 예뻤던 사탕.
입안 가득 향기가 퍼지던 사탕.
옥춘당.p51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p83
병원에서 들은 대로 할머니는 조용한 환자였다.
조용하고, 얌전하게....
무너지고 있었다.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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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만화영상진흥원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인 이 책은 전쟁고아인 두 남녀가 만나 작은도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삼남매를 낳는것으로 시작되고 손주인 "나"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과 이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박한 삶을 살며 늘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다정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에게 유일하고 소중한 친구이기도 했다.
'술집에 나가는 여자들'이라 불리는 여성들에게 세를 놓지 않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방을 내어주지만 동네에서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교육상 문제가 된다며 항의를 받기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녀들과 함께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동네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골목길을 쓸고 쓰레기를 치운다.
전쟁고아였기에 집 없는 설움과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았기에...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가 폐암말기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조금씩 떠날 준비를 한다. 그리고 한 뼘씩 줄어드는 몸과 웃음이 사라진 할아버지 모습을 가족들은 그저 지켜볼수 밖어 없다.
폐암선고 6개월 후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는 말을 잃는다. 그리고 시작된 할머니의 조용한 치매.
결국 요양원으로 간 할머니는 조금씩 천천히 자신을 잃어가고, 10년간의 요양원 생활을 끝내고 할아버지 곁으로 떠난다.
읽는 동안 마음도 따뜻하게 차오르고, 눈물 역시 따뜻하게 차오르게 만드는, 너무 예쁘지만 가슴 저린 사랑 이야기.
평생을 함께한 소중한 반려인을 떠나보내고 조금씩 무너지는 삶과 가족 혹은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상실감을 굉장히 섬세하고 뭉클하게 표현해냈다.
흑백톤의 그림을 통해 쓸쓸함과 추억을 그리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면서도 시종일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
아주 어릴때 할머니댁에서 옥춘당을 먹어본적 있었다.
어린 내가 먹기에는 제법 컸고, 잘 녹지도 않아 오래오래 물고 있다가 결국 뱉어버렸던 단단하고, 달고 알록달록 예뻤던 사탕.
그런 단단하고 달콤함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 그리움, 추억을 잘 담아낸 이 그림책은 정말 오래오래 긴 여운을 남긴다.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p111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가슴 저릿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