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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ㅣ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평점 :
"여러분, 아직 오늘이 끝나지 않았어요. 저는 보여주고 싶어요. 증명하고 싶어요. 우리가 부스러기가 아니라는 사실을요. 우리가 단단하게 뭉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예요." -우리가 멈추면 中-
"우리는 여전히 그때의 그 사람이 맞는 걸까요?"
"그럼요. 연속성을 잃지만 않는다면. 나아가려는 의지만 이어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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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을 잃지 않으면 돼요.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빼앗으려 들지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얻으려 해봐요. 더 많이 나누려 해봐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지니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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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요. 기어이 상대의 살갗을 찢고 그 안쪽까지 닿기를 바라지요. 그게 서로를 죽이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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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충족시킬 욕망이 업세 되자 그들은 금기에 손을 댔다. 타인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일. 살아 있는 인간을 자신의 음험한 욕망 속에 구겨 넣는 죄를 범하고 말았다. 서로를 욕망으로 대상화한 끝에 그들은 스스로를 파괴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고통과 죽음에 관한 욕망들을 상상했고, 그 오염된 힘에 휩쓸려 다 함께 소멸했다.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中-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갑자기 조상들이 좀비처럼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
-우리가 멈추면: KTX 민영화 투쟁과 파리바게트 제빵사들의 투쟁을 모티브로 한 우주 정거장에서의 구조조정, 불합리한 처사, 노조, 파업을 담은 이야기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되지 않는 엄마와 현실이 아닌것 같은 세상 이야기
-바벨의 도서관: 인간이 멸종한 후 인공지능만 클라우드 살아남은 미래에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도서관 이야기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 외계인의 사이비 종교활동으로 인해 인간의 신체를 강탈하고 우주행 방주를 타기 위한 등급제 이야기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는 환경과 삶에 회의를 느낀 사람들이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이야기.
이경희작가는 2020 SF어워드 대상 수상작가라고 한다. 내겐 낯선 작가였는데 바벨의 도서관을 보고 #책에갇히다 앤솔러지에서 만났던 작가라는 게 기억났다.
현실의 문제들을 거대한 우주나 미래로 치환했을뿐,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사회문제들을 담고 있는데 단편단편이 주는 재미나 메시지들이 참 좋다.
SF속에 녹여낸 구조조정, 노조, 파업 이야기에 먼 미래여도, 많은 인공지능 로봇들이 생겨도 고질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을것 같아 뭔가 씁쓸하기도 했다.
다양한 인간의 욕망, 상실, 사회문제들을 담아 풍자를 하기도 해 재미를 더한다.
요근래 SF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했던건 단연 김초엽, 천선란 작가였는데, 그녀들에 견줄 재미있는 SF를 쓰는 작가를 알게 되어 참 반갑다.
이 책도 사람냄새 나는 SF여서 더더욱이 좋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