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 그어진 아이 푸른숲 어린이 문학 42
미야세 세르트바루트 지음, 쥐랄 외즈튀르크 그림, 이난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담임 선생님이 국어 수행평가로 반 독후감 발표를 과제로 내주고, 책 읽기를 싫어하는 일하미는 어린 아이들이나 볼 법한 성냥팔이 소녀를 빌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서커스가 있던 곳으로 놀라간다. 그런데 서커스 단이 있던 자리에는 공중전화 부스만 남아 있고, 서커스단은 떠나고 난 뒤 였다. 일하미는 호기심에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는데, 망가진 전화기에서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이 책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 속에 이야기들이 진행된다.
표제작인 '줄이 그어진 아이'에서는 과거 터키에서 노동착취를 당하던 어린이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터널 속으로 사라지다'에서는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이 이야기를 , '검정 교복 하얀 분필'에서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층'에서는 어린 나에에 전쟁터로 내몰려야만 하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차별과 불평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이 철학적일뿐 아니라, 희망과 따스한 위로를 선사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로는 상처 입은 순간의 아픔보다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더욱 괴롭힌다. 상처보다 더 아픈 치유의 과정이 우리 무릎을 꺽기도 한다. 그런 순간에도 문학은, 마침내 아름다운 타인의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이야기의 모닥불로 얼어붙은 심장을 데우는 모든 순간 이야기는 당신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필 것이다.p64-65

문학은 나를 일깨운다. 첫 마음을 잊어버릴 때마다. 일상의 고뢰움 속으로 숨고 싶을 때마다, 문학은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문장을 통해 내게 일깨워 준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내 모습이 아무리 늙거나 변해도 내 무너져 가는 존재 뒤편에 숨은 '나의 첫 모습'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영원히 사랑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일어나도 나의 나다움을 알아주는 사람을 향한 사랑을 일깨우는 것, 그것이 힘임을 이제야 할겠다.p109

내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이렇게 잘 모르고 저지르는 우리의 잘못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내가 미처 보살피지 못한 타인의 상처'를 통해 '내가 무의식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되돌아보기 위함이기도 하다.p132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후미진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따스한 이야기로 바꾸는 것. 그것이 문학의 힘이다.p204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문학이 우리 삶에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깊이 있는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어떤 위안을 건네는지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문학에 대한 정여울 작가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문학이 '사이에 존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는 정여울 작가의 말에 무척이나 공감하게 한다.
고통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슬픔과 기쁨 사이, 현재와 과거 사이에 존재 하는 법과 현재의 나에만 집착하면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모든 존재의 '사이'에 존재함으로써 보고 듣고 깨달알 수 있었다(p.7)는 말이 무척이나 와 닿는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타인의 슬픔에 함께 슬퍼하며 위로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허구의 이야기를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소설 같은 거 읽지 말고, 삶에 도움 되는 자기개발서나 읽으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꾸준하게 자기개발서를 읽으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성공한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그들의 습관을 따라하기에 급급한...
어떤 책이든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통해 공감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고, 즐거워하고 무서워하고, 기뻐했으면 한다.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행복과 공포, 반성과 위로가 공존하는 철학적 사유의 총집합체인 문학을 나 역시 사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그걸 뭣하러 다 기억했다 맞혀요? 인간이 하늘한테 받은 몇 안 되는 선물이 망각인데,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덕분에 지나고 나면 어쨌든 견딜 만해지잖아요, 얼마나 다행이야."p177

-은하의 밤: 방송국에서 소봄과 함께 일하는 방송작가 은하가 암수술 뒤 일에 복귀하는 과정 이야기.
-데이, 이브닝, 나이트: 소봄의 남동생 한가을의 짝사랑 실패 후 새로운 사랑이 싹트는 과정 이야기.
-월계동 옥주: 현우와 지민의 이별 원인이 되었던 옥주의 중국 유학 시절 이야기.
-하바나 눈사람 클럽: 현우의 친구와 소개팅을 앞두고 어린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는 진희 이야기.
-첫눈으로: 투병하는 아빠와 싸운 시간을 자책하던 소봄의 이야기.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반려견을 떠나 보낸 후 상실 아픔을 견디는 세미 이야기.
-크리스마스에는: 맛집 알파고인 옛 연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동료들과 부산을 방문한 PD 지민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7편의 단편이 연작소설로 담겨 있다.
연작소설의 매력은 역시 하나의 사건을 여러 사람들의 시선으로 담아내거나, 한 명의 여러 인물들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타일 조각 하나하나가 이어지듯, 책 속의 인물들도 모두 서로서로 이어져 저마다의 시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각자의 방법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낸다.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알듯 모를듯 상대방을 위로하고, 풋풋한 옛 추억을 회상하고, 조용히 싹트는 사랑의 감정들이 다채롭게 그려져 인물들의 고민과 갈등, 사랑과 이별, 고독과 슬픔을 담아냈다.

크리스마스는 의례 설레고 들뜨기 마련인데, 크리스마스 타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온화하다.
김금희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가 돋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 다양한 몸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하여 땅콩문고
백정연 지음 / 유유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애인에게 다가가 소통하기를 어려워하는 비장애인들은 흔히 이야기한다.
"제가 장애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요...."
그런데 그들이 모르는 것은 장애 혹은 장애인이 아니라 그 사람이다. 장애인과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나도 그 사람에 대해 모르고, 그 사람도 당신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우리는 똑같이 모두 다르며 서로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 당신과 내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p35

어떤 이유로든 상대에게 느껴지는 소소한 불편이 쌓이고 쌓이면 그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불편함을 참다가 말 없이 관계를 끝내기보다 불편한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발달장애인과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p44
.
.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고, 마치 배려하고 혜택을 준다고 표현하곤 한다. 혐오와 차별은 일상이고, 불편함은 당연한 것이 된다.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왜 차별받고 배제되어야 하고, 소외 당해야 하는 걸까.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생존권도 보장받을 수 있음에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지하철도, 버스도, 택시 이용도 자유롭지 못해 언제나 고립되고, 일을 하러 갈 수 없고, 그나마 얻은 일자리도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에 생계가 어려워 취약계층, 저소득층이 되곤 한다.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지하철에서 간곡한 마음으로 투쟁했음에도 정치권에서는 혐오발언을 서슴치 않고 쏟아내고, 출퇴근을 하는 비장애인들은 불평불만을 토로한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나 뿐 아니라 나의 가족이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될 수도 있음에도 우리는 언제나 안일하게 '나는 정상인'이고 '나는 건강하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삶을 이어가고, 그렇게 차별과 혐오의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소외시킨다.
장애를 갖게 되든 아니든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게 과연 정상이고 건강한 사회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에도 많은 폐해가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이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신청주의 복지제도는 정보제공자 중심이기에 관용표현, 한자, 전문용어가 뒤섞여 비장애인조차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한다.
정보제공자 중심이 아닌,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제도를 신청하고 만든다면, 발달장애인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의 결정권과 선택권을 박탈한다.

차별과 혐오, 인권과 평등에 있어서는 감수성이 조금 높은 편이라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고 역시 나의 자만이었구나 라는 생각과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편견이 가득했던 사람인지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몰랐던 장애인이 겪는 수 많은 불평등과 편견, 불편한 환경들이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저자와 같은 시선, 저자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분명 장애인이 경계 없이, 불편함 없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장애인, 비장애인이 아닌,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차별도 혐오도 사라질테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자유롭게 어디에든 갈 수 있을테고....

씁쓸하기만 한 현실, 하지만 외면해서는 안되는 이야기들과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인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큰 울림이 있는 책이라,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장애인들의 투쟁을 탄압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 책상위에 좀 놔드리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오늘의 젊은 문학 5
문지혁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행은 언제나 패턴이 깨지는 순간 찾아온다. p26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기를. p68

사람들은 그래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겪지 않은 일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 읽는 동안만큼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p93
.
.
-다이버: 통합세기 219년 인공행성에 추락한 여객기의 전원이 사망한 후 유족들이 자체적으로 팀을 꾸려 탐사에 대한 이야기
-서재: 통합세기 33년 책을 소지한 죄로 잡혀간 아버지의 텅빈 서재와 아버지가 어렵게 남긴 책 한권에 대한 이야기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전쟁이 났다며 화장실에서 일주일간 숨어 지내야 한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화장실에 숨은 청소년의 이야기
-폭수: 미국에서 석사과정 중 교수의 부탁으로 인터뷰한 유명 한국인인 교수가 딸을 잃은 호수에 매일 동전을 던진다는 이야기
-아일랜드: 택배 차에 치여 죽은 딸의 책에서 발견한 크로아티아의 섬을 직접 찾아가는 아빠의 이야기
-애틀랜틱 엔딩: 믿었던 아내와 부하직원의 배신으로 그들을 살해한 후 호텔에서 지내는 남자의 이야기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논문과 소설이 쓰여지지 않아 고민하던 유학생이 우연히 아야를 만나 함께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걸어가는 이야기
-어떤 선물: 코로나시기에 깜빡 잊고 쓰지 않은 마스크에 동네 단골 약국에 들어 마스크와 교통비를 빌리고, 나이든 약사가 읽는 책에 관련된 이야기

8편의 단편들에는 다양한 장르와 배경으로, 미래를 담은 SF, #초급한국어 처럼 타국에서의 삶을 그린 이야기, 그리고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8편 모두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상실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객기 침몰, 아이를 잃은 아버지, 전쟁, 성수대교 붕괴, 미국 911테러사건, 일본 대지진 등의 재난과 테러에 대한 이야기들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서로가 이어져 얽히고 설킨 관계들 속에서, 그리고 재난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과 불행 속에서 모두가 담담하게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상처를 동여맨 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먹먹한 이야기들이 여운을 남기는 소설집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