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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리학 ㅣ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2월
평점 :
📖 공무원의 정의 :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오해하지 마시라. 내가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공무원에 대한 정의이다. 이 책은 약 200년 전 프랑스에서 나온 풍자문학으로 공무원을 갈기갈기 파헤친 책이다. 저자인 오노레 드 발자크는 공무원이 사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하였으며, 이 책 외에도 인간의 생리를 꿰뚫는 여러 문학작품을 남겼다. 그의 글은 날카롭고 유머러스하여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 더더구나 프랑스 문학을 꿰뚫는 학자가 이 책을 번역하였으니 글의 매끄러움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생리학의 용어는 다소 생소하다. 작가가 이 책을 저술할 당시의 풍자문학을 일컫는 말로, 의학용어의 이름을 빌린 불안과 불만이 탄생시킨 새로운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냉소적인 말투에 살살 비꼬는 듯한 말투를 들으면 웃음이 피식 나오는 것이 냉소풍자 쪽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어느 직급에서 시작해서 어느 직급에서 끝나는가?”
타겟은 국왕이다. 국왕의 비서에 대한 설명을 하며 총알받이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투로 말을 풀어낸다. 국왕부터 청소부까지 모든 류의 공무원을 들춰내며 그들의 습성과 행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우리의 현재 모습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은 마치 200년 전의 프랑스가 오버랩되는 느낌이다. 많은 이들이 공무원을 꿈꾸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욕을 먹는다. 국가직이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꿈을 저당잡히고 안정을 꿈꾼 그들 말이다.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현실을 선택한 자들은 이내 그 고민마저 털어버린 듯한 느낌마저 든다.
📖 '국가는 공무원에게 아주 적은 비용을 들이지만, 공무원은 두 배의 실존을 요구받는다. 정부 이고 산업 일 둘 다 공유하면서 해내야 한다. 그 결과 일은 더 힘들어지니 천천히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아~ 공무원들의 슬픔이여. 그들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예전에 비해 현재는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통은 있을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국가 시스템의 결함이지 않겠는가? 국가의 녹을 받는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좀 더 사명감을 띄고, 좀 더 도덕적이어야 하며, 좀 더 헌신적이어야 한다. 그들에게 그렇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인가? 무엇때문에? 책은 이렇게 열린 질문으로 마무리를 한다. 좀더 좋은 국가가 되기 위해 국가의 시스템이 어떻게 정비되어야 하는지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겨둔다.
📖 "다음 중 최상의 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적은 공무원으로 맣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 아니면 많은 공무원으로 적은 일을 하는 국가인가?"
모든 공무원의 군상을 그려내듯 써내려간 공무원 생리학. 어느 사회에나 나타날 수 있는 공무원 사회의 태만과 부패가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 잘 그려내었다. 발자크는 위의 질문에 자에게 상을 내려야 한다고 하였으니, 누군가 그 답을 내려주었으면 는 바람이다. 진정 정의롭고 깨끗한 사회 구현을 위해 사회는 어떠한 길로 가야할런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