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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ㅣ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1
김현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잘 살리고 잘 죽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이다.”
이국종 교수의 추천이라는 책이라서 더욱 궁금하게 만든책. 부제는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대학병원 중환자실, 암 병동, 응급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목격한 수많은 환자의 사연이 담겨 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병원일기 혹은 현장보고서’ 같은 이 책은 저자가 병원에서 경험하고 느낀 일들을 적은 책이다.
소외되고 가난해서 의료혜택을 제대로 못받는 사람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글을 따라가면서 현시대 의료정책및 제도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죽음이 오가는 의료 현장의 이야기다 보니 읽으면서 눈물이 울컥울컥 쏟아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누군가의 삶과 현실적인 죽음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전해 듣고, 그에 얽힌 여러 사회적 맥락들을 고민해보게 되는 것이 정말 만족스러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의료정책이 바뀌어서 내가 사는 동안 건강하게 잘 살고, 죽을 때는 편안하게 잘 죽을 수 있는 보건의료 복지정책을 기대해 본다. 저자의 ‘우리는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한 번쯤은 믿어보고 싶다.
“요양병원에 누워만 있는 김 할아버지는 병세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주 넘어지고, 음식을 삼키는 일이 전처럼 쉽지 않았을 뿐이었다. 요양병원은 그런 할아버지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콧줄’을 끼웠고, 자꾸만 그걸 빼려는 할아버지의 손을 묶어놓았다. 안 그래도 노쇠한 할아버지의 손은 점차 굳어갔다. 침대에만 누워 있느라 욕창이 생겼고, 근 손실이 왔다. 할아버지를 묶어둔 억제대를 잠시나마 풀어주려는 나를 보며 간병인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할아버지에게 남은 일상이라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이 안타까우면서도 저릿한, 누구라도 “대체, 왜?”를 부르짖게 만드는 이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책 속에서...>
'불행히도 나는 환자를 편안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환자를 죽일 수단에도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능력이 충분한데도 그걸 해줄 수 없다는 것은 의사에게 또 다른 절망감을 안긴다. 환자는 자기 건강 상태의 모든 것을 주치의와 상의하면서도 죽음만큼은 상의할 수 없다. 통증이 오면 잠시 진통제로 마비시키지만 답답함, 무력감, 자괴감 같은 감정은 막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홀로 아픔과 싸우며 언제일지 모를 삶의 마지막 날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게 얼마나 외로운 일일지 내 입장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