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편협한 취향이라 한번 안맞은다싶은 작가의 작품은 절대 사지 않는다. 이 작품도 그렇게 외면할 뻔 했었는데, 작가가 누군지 모르고 사고보니 어쩐지 낯익은 그림체다 싶더라는. 당시엔 아차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꽤 괜찮아서 산 걸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이 작가의 최근작인 '충견도 주인에게 올라타고 싶어'는 정말이지 취향이 아니었다. 호평이 많았고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은 작품인 것 같지만, 나한텐 지뢰나 마찬가지인 스토리와 캐릭터들이라 앞으로 동작가의 작품은 피해야겠구나 생각했었음. 근데 이 작품은 꽤 취향이었어. 다정공 단정수 구도에, 착각계 공의 직진으로 함락되는 수의 어리버리 사랑이야기인데, 줄거리소개에서 예상했던대로 꽁냥꽁냥 귀엽고 큰 사건사고 없이 무난하게 이어지는 스토리라 맘 편히 가볍게 읽기 좋았다. 공이 첫인상은 좀 무섭고 무뚝뚝하지만 알고보면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이라 수가 점점 스며들듯 좋아하게 되는게 이해가 갔다. 수는 참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한가지 단점이 밀어붙이는 사람에게 약하고 거절을 잘 못해 휩쓸리게 된다는건데,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공과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좀 소심해보이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작가에 대한 괜한 편견 때문에 안 보고 지나쳤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가의 작품은 '최애와 자버렸다만'과 '오메가 휴가'를 봤었는데, 보는 작품마다 공통적으로 드는 느낌이 '평범치가 않다'는 거였다. 매끈한 미형의 캐릭터들이 뭔가 하나씩 나사빠진 생각을 함. 그래서 그런지 클리셰인데도 엉뚱하고 특이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된다.(개인적으로 끝판왕이 오메가 휴가라고 생각. 오메가버스중에 그렇게 정신나간 책 아직 못봤다)이 작품은 '운명력'이란 걸 다루는데, 물론 그건 공수에 한해서다. 운명의 짝 이라는 시스템(?)은 일본 오메가버스에서 많이 나오는 설정이고 여기서도 공수는 첫눈에 자신의 운명을 알아본다. 그런데 작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번 비튼다. 삽입을 안하면 한달안에 죽는다니 미신이라면 포르노의 신이 주제하는 관계냐... 아무튼 두 사람은 처음에 믿지 못했지만 실제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건이 이어지자 어떻게든 삽입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러면서 잘 몰랐던 서로에 대해 내밀한 부분까지 알아가고 이해하며 진정한 연인으로 거듭난다. 그저 운명이라며 번갯불에 콩궈먹듯 사랑에 빠지는 운명의 짝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물론 첫눈에 반한다거나, 싫어도 어쩔수없이 끌리고야 마는 거부할수없는 사랑에 로망은 있지만 오메가버스에서의 운명의 짝은 그냥 몸정맘정 느낌이라) 이 작품은 둘이 정해진 짝이기 때문이 아니라 운명공동체로서 함께하며 착실하게 연애의 단계를 밟아갔기때문에 사랑에 빠진 거라고 말하고 있어서 좋았다. 공수의 상처와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연인으로 거듭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뒤에 붙어있는 짧은 단편은 중년공에게 개발당하는 전직 탑의 이야기. 여태 탑만 하다가 바텀데뷔하니 당황스럽고 낯선건 이해하는데, 그럼 여태 니 상대들은 어땠겠냐고 딴지걸고싶어짐. 일종의 미러링인가. 이걸보니 섹할때 수 놀리는 공들은 지들이 당해봐야된다는 생각이<
표지의 꼬리 넘 귀여운거 아니니... 표정들은 무덤덤한데 꼬리는 살짝 엉겨있는거 어쩜저래ㅠㅠ 스토리가 딱 저 표지처럼 풋풋상큼하니 좋았다.동물들이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간화가 되었다는 설정의 수인물이다. 인간형이 되었지만 각각의 동물들의 특성이 살아있다. 네발짐승들만 있던 학교에 전학온 도마뱀 모범생은 학우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흑백과 약간의 색으로 이루어진 시야 속에서 살아온 고양이는 뭐든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도마뱀 역시 그의 관심 밖이었는데, 어느날 전학생이 숨겨온 비밀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고양이는 강한 호기심과 끌림을 느낀다. 도마뱀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되새기며 가까워지지 않으려 하지만 어느새 거침없이 다가오는 고양이와 친구 비슷한 관계가 된다.고양이와 도마뱀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각각의 개성을 스토리에 녹여내는게 참 좋았다. 인간이 아닌 동물들을 소재로 한 이유를 알 것 같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작가님 혹시 천재?! 이야기가 참 담담하면서 물흐르듯이 진행되는데 둘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조금씩 의식하게 되는게 꽤 설레고 좋았음. 성적인 뉘앙스는 없는데 희한하게 둘이 꽁냥대는걸 보고있으면 낯이 막 후끈후끈해지는 느낌. 야한 장면 하나 안 나오지만 너무나 훌륭한 비엘이었다.자발적 아싸와 범생이 전학생이라는 클리셰적 구도를 고양이와 도마뱀이라는 아주 다른 동물들로 다루어 독특한 개성을 부여한 수작.
전편에서 공이 다친 이후 전개가 빠르게 돌아간다. 계략을 꾸민건 악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낚아챈 건 천사. 결국 수는 동생인 미카에 의해 천계로 복귀하고, 공은 수에 대한 모든 것을 잊은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평소와 똑같은 평온한 생활임에도 이상한 위화감을 느끼는 공과, 음마의 씨를 제거하고 천사로 돌아갔는데도 몸의 열기를 떨칠 수 없는 수. 공은 수의 이름과 비슷한 장미로 인해 모든 기억을 되찾고, 악마는 구금당한 수를 돌려받으려 공의 요구에 응한다. 그리고 마침내 재회한 둘에게는 좀더 먼 과거의 인연이 이어져 있었다는 이야기.천사모드의 수가 참 이쁘다. 악마일 때보다 맘에 들어서 좀 아쉽. 사랑을 위해 모든걸 내건지는 공 순정이로구나. 근데 생각해보면 수가 악마가 된 계기가 그 때문이었을 듯하니 둘다 사랑에 답없는 바보인듯. 아무튼 둘이 영원히 함께 하게 되어 다행이다. 공은 죽어서도 그 선량함을 잃지 못해 수한테 구박당하는게 웃김. 수의 친구인 웃는상의 악마와 수의 천사 동생도 엮이면 좋겠음. 둘이 잘 어울리던데.뒤에는 게이커플 친구들에게 휩쓸려 말못할 짓을 당하는 어리버리한 녀석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아무리 친구가 좋고, 걔가 지들 사이를 인정해주고 지지해준다 해도 그렇지, 플레이할때 이용해먹고 심지어 뒤까지 개발해주다니 미친거아니야 스벌... ㄱㄱ마색히들같으니. 3p 너무 싫은데 그런 구도가 나와서 짜게 식었다. 그래도 수가 나중에 다른 애를 만나서 커플로 발전하니 다행...인가 솔직히 걔도 수 몸이 손탄거같으니 급발진해서 ㄱㄱ하는게 제대로된 놈 같진 않았는데;;
모범생 공과 양아치 수는 그야말로 클리셰. 워낙 흔한 구도인데 그만큼 인기가 있어서 그렇겠지.(그리고 나도 좋아해) 클리셰는 클리셰인 이유가 있달까, 어떻게 버무려도 중박은 친다. 이 작품도 대박까진 아니라도 나쁘진 않았다.흑발의 모범생 공은 복흑..은 아니고 그냥 좋은사람 코스프레하며 친절한 얼굴로 남들의 호감을 적당히 받아주고 적당히 사는 스타일이다. 어느날 교수에게 부탁받아 상습 지각생 수에게 다가가는데, 처음엔 까칠하고 비협조적인 모습에 반감을 가졌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수에게 점점 감겨들게 된다. 결국 먼저 좋아하게 된건 공. 반 협박에 가깝게 고백하고 사귀게 된 탓에 공은 수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 번민하기도 하지만, 수 역시 서툴고 수줍었을 뿐 좋아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남들 모르게 비밀연애를 이어가며 알콩달콩 꽁냥꽁냥하는 둘이 귀엽다.공이 수를 너무너무 좋아하고 수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사사건건 귀여워 죽는게 좀 웃겼다. 얘가 진짜 단단히 반했구나 싶고. 수는 외형만 양아치고 속은 순둥이인데, 마냥 수줍은가 싶다가도 공이 하고싶어하니까 엉덩이를 풀어오는 등 적극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래서 공이 더 좋아죽음. 솔직히 사랑의 라이벌 등장같은건 좀 뜬금포에 전개도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라 없는게 나았을것같지만; 그것만 빼면 꽁냥대는게 귀여운 무난한 학원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