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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만 ㅣ 저학년의 품격 32
금수정 지음, 최준규 그림 / 책딱지 / 2026년 8월
평점 :
편식이 심해 누가 자기 대신 급식 좀 먹어 주면 소원이 없겠다고 바라는
주인공 재원이에게 할머니는 나무라는 대신 따뜻한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 속 주인공 무덕이는 밥투정을 부리다 배고픈 집쥐에게 귀한 생선 살을 던져준다. 그
생선을 먹고 괴물처럼 커진 쥐는 무덕이네 곳간을 탈탈 털어버리고
온 집안을 휘저으며 무덕이네를 굶주림으로 몰아넣는다.
쫄쫄 굶던 중 이름 모를 이웃이 두고 간 나물과 콩밥이 담긴 소박한 한 끼 밥상을 통해
무덕이네 가족은 먹거리의 소중함과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을 깨닫게 된다.
표지 그림을 보고 처음엔 흔히 아는 ‘손톱 먹은 쥐’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실제로 마주한 책은 괴물 쥐 소동이 선사하는 훨씬 더 박진감 넘치고 유쾌한 옛이야기였다.
집안을 온통 흔들어 놓는 괴물 쥐의 스펙터클한 소동으로 흥미를 자극하면서도,
텅 빈 밥상 위에 놓인 콩밥 한 그릇을 통해 먹거리의 소중함과
나눔의 따스함을 절로 깨닫게 만드는 연출이 감동적이었다.
편식하지 말라는 강요나 잔소리 대신, 손자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도록 이끄는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지혜가 깊은 울림을 준다.
단순한 식습관 교정이나 식사 예절에 그치지 않고한 끼 밥상에 깃든 노고와 정성,
나아가 굶주린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온기까지 아우른 점이 인상 깊다.
오늘날의 식사 문화는 개인의 취향과 입맛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지만
역설적으로 음식을 나누던 이웃 간의 정이나 공동체적 유대감은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풍족함 속에서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 이 책은,
과거 배고픈 시절 콩 한 쪽도 나누던 밥 한 그릇의 무게와 정성을
현대적 시각에서 되돌아보게 해 주는 뜻깊은 계기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