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 내가 그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이 작품 내에서 내가 그를 죽였다, 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세 명 등장한다(어떤 면에서는 일종의 서술 트릭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그 중 실제로 살해한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야만 한다. 이 책에서는 끝까지 범인이 밝혀지지 않으니까(범인이 밝혀지기 전에 끝내는 이 책의 특이한 구성 때문이다). 모든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마지막 해결은 독자에게 맡긴다. 다른 작가가 해설한 것도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달려 있지만, 거기서도 물론 힌트만 더 줄 뿐 범인은 밝혀주지 않는다. 자신의 추리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독자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해본다. 여자를 임신시키고는, 다른 이용 가치가 있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버리고 결국은 자살하게 만든다(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런 원한을 많이 살 것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에게 일어나야 할 일이 터지고야 만다. 그 남자가 살해당하고 만 것이다. 작품 내에, 범인으로 여겨지는 인물은 총 세 명. 과연 누가 진짜 범인이란 말인가? 가가 형사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작품은(각 권마다 연계하는 스토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따로 읽어도 상관 없다), 여러모로 가가 형사 시리즈의 다른 작품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비슷하다(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란 제목은 좀 더 직설적이라, 제목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가 좀 더 진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보다 조금 난이도가 낮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부터 읽고 시작하는 게 좋을지도.

누가 그녀를 죽였나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의 한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심플한 구성이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죽인 것은 누구란 말인가? 물론, 그 추리 과정은 전혀 심플하지 않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끝까지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모든 실마리를 제공하고, 마지막 해결은 독자에게 맡긴다는 것이다(물론 인터넷 검색을 하면 범인이 나오겠지만······). 하지만 끝에서 다른 작가가 해설을 달아주는 점 등을 보면(물론 이 사람도 범인은 안 밝힌다!), 이 책이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책은 아닌 것 같다. 그야말로 ‘본격 미스터리’에 걸맞는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품과 비슷한 구성으로 가가 형사 시리즈의 다른 작품인 ‘내가 그를 죽였다’라는 소설도 있는데, 꼭 한 번 읽어보길 이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란 책과 같이 추천한다. 친구와 애인 사이에서, 살해당한 한 여자. 둘 다 동기가 있고, 충분히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상황 조건이 주어졌다. 범인은 과연 어느 쪽일까?

몰입할 수 있는 소설 - 붉은 손가락

붉은 손가락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는, 그 작품 세계로 빠져들게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 붉은 손가락이란 작품은 특히 그렇다.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소설은(시리즈라고 해도 각 권마다 연계하는 스토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따로따로 읽어도 상관 없다), 초반부터 강렬한 소재로 우리들을 사로잡는다. 맹목적인 엄마, 여자 아이를 살해한 살인마가 된 아들 등등······. 그런 것들을 아빠의 시점에서 서술해나간다. 이 가족은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비틀어지게 된 것일까?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그런 답답한 마음은 점점 전개 속도를 높여가며 독자들을 충격의 결말로 이끌어 나간다. 이 소설에서는 다시 또 한 번 가가 형사가 그만이 가진 특유의 매력적인 면모를 보이며 사건 과정을 추리해나간다. 과연 그는 이 사건의 숨은 진실, 또한 거기에 더 숨겨져 있는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하게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나온 여러 소재, 이야기들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의 가족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모 탓, 환경 탓으로 전개해나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그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인 공소시효의 딜레마 - 유성의 인연 2

유성의 인연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리뷰는 ‘살인 공소시효의 딜레마 - 유성의 인연 1‘에서 이어진 내용입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유성의 인연이지만, 물론 거기에서 끝나면 맛이 조금 부족할 것이다.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자. 세 남매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살해당했다. 그 살인자는 잡혔을까? 아니다. 그는 잡히지 않았고, 아직도 버젓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살인의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온다. 과연 세 남매는, 그 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잡지 못할 것인가? 공소시효란 이렇게, 유리한 점이 있는 반면 단점이 있다. 특히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는 논란이 많은 것이다. 기한을 둘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어제 잡힌 범인이 오늘이었으면 체포할 수 없었다는 것 등은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무튼, 세 남매는 사기를 치다가 범인의 꼬리를 잡을 수 있는 증거의 꼬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봉(?)에게 가까이 접근하며 그 증거의 명확한 실체를 캐내려고 한다. ‘부모가 살해당한 아이들’, ‘피해자의 가족’에 주제를 맞춘 이 작품은 이렇게 재미있는 상황 설정도 이끌어내게 된다. 부모님이 살해당한 날 본 수상한 사람의 얼굴은 한 명이 기억하고 있지만, 범인을 체포하려면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세 남매는 일부러 증거를 조작해서 꾸며내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난지 거의 15년이나 됐다는 점도, 그 비애의 한 원인이다. 작품은 마지막에 확실하게 반전으로 우리들에게 보답한다. 그리고 많은 여운을 느낀다. 세 남매는 그 뒤로도 계속 행복하게 살았을까······.

살인 공소시효의 딜레마 - 유성의 인연 1

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살인 공소시효를 소재로 한 작품은, 소재가 워낙 좋아서인지 꽤 많이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유성의 인연이란 작품도 그 소재를 사용한 작품들처럼 어느 정도 천편일률적인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내 오산이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마지막에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을 준비해두고 있다. 이 작품은 뭐랄까- 진지와 코믹 사이- 랄까. 진지한 부분도 있고, 웃긴 부분도 있다. 심각한 소재를 심각하지 않게 그려 내는 연출 기법은, 작가의 중요한 소양 가운데 하나인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소양을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물론 진지할 때는 진지하지만. 이 작품은 무엇보다 케릭터성이 돋보인다. 부모가 살해당한 세 남매가 고군분투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내용은 정말 재미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힘을 합쳐 ‘사기팀’이 되고 ‘사기꾼 팀웍’을 전개해 나가는 건 정말 우스꽝스럽다. 속는 사람도, 속이는 사람도 재미있다(물론 추리 작가다보니, 사기 수법이 어설픈 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들 남매에게는 죄책감이 있고, 그 죄책감 때문에 사기를 그만두거나 감옥에 스스로 잡혀 가기도 한다. 이런 재미가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리뷰는 ‘살인 공소시효의 딜레마 - 유성의 인연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