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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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이 보일까 말까 하는 죽 한 그릇.
입속에 넣으면 사라질까 아쉬워 혀로 이리저리 굴려가며 최대한 맛을 음미 해야 하는 빵 한 조각.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작업과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
한 모금 빨고 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연기가 스며들어 취하게 하지만, 그마저도 있을 때나 가능한 타들어 가는 게 아쉬운 담배. 이곳에서 빨리 줄어들지 않는 건 그들의 ‘형기’뿐이다.

자유가 없는 억압된 수용소 안에서 슈호프는 되려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는 생각들이 이어진다. 수용소 생활과 관련된 작업의 순서와 실행에 옮겼을 때의 미리 맛보는 성취감과 식당으로 달려가 빨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모든 것을 구상하느라 고향을 그리워할 시간조차 없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오늘 날아갈 듯이 가볍게 뛰었다. 작업장에서 몰래 주워 장갑에 숨겨 온 부러진 쇠 줄칼토막이 신체검사 시 발각되지 않아서다. (신발을 수선하는 칼로 만들어 신발수선을 하면 수입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긴 수용소 생활을 버텨내기에는 현재의 삶을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기대’라는 것은 멀게만 느껴지는 ‘자유’보다는 당장에 뜨거운 양배춧국(맹물 같은) 을 반원들과 같이 먹는 것, 그리고 작업이 없는 귀중한 일요일 (그마저도 마음편히 쉬는 것이 아니며, 늘 쉬는 건 아니다)뿐이다.

고통의 순간에도 악행을 일삼는 무리를 향한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기는 사람으로 보일 만큼 비극의 나날들을 살아냈다. 조금 더 따뜻한 양배춧국, 조금 더 많은 양의 빵 한 조각, 자신에게는 오지 않는 소포를 받은 반원에게 얻은 소시지를 잘근잘근 씹으며 성에 낀 창문이 있는 냉한 방에서의 잠자리 들기 전 슈호프는 ‘오늘은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라고 생각했다. 불행한 운명 속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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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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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겪는(자신과 맞닿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일상과 감정들이기에 많은 공감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아팠고, 그녀가 염려스럽기도 하고, 다친 마음이나 상실로 허물어진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캐럴라인 냅은 꽤나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분투하고 고민하고 실행에 옮겼으며 좌절도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어느정도 받아들이면서 솔직했다.

나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덜 후회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았던 그녀가(이게 무슨 상관이라고)겪은 감정들에 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경험을 하면서 ‘정말 사람 사는거 다 똑같구나.’ 라며 스스로의 아픈 기억들도 조금은 위로 받았다. 물론 누군가의 아픔이 내게 치유의 재료가 된 점은 미안하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통해 배움이 있는 건 분명했다. 지금도 배워나가고 있고, 그러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 감정들을 ‘진짜로’ 느껴본 사람의 말에서 오는 쾌감이란게 있다. 그리고 배움이 있는 동시에 ‘공감’에서 얻은 나만의 안도감이라는 것도 있다. 동질감 때문인가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신의 감정과 처한 상황들을 오롯이 마주하며 피하지 않고, 결국 ‘해방’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그녀가 더 많은 삶들을 살아가며 얻게 된 인생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이제는 들려주지 못한다는 점(그 기회들을 내가 얻지 못한다는)이다.

하지만 그 아쉬운 마음은 소중히 긁어 모아서 여전히 감정싸움을 일으키게 만드는 내 가족들에게 ‘이 날 또한 너무 그리울거야.’ 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더 친절한 나, 애정담긴 나로써 그들에게 더 다가가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채우려 한다.

모두가 의미있는 삶을 ‘다시’ 자신에게 되찾아줄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길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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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하지 않고 내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 - P218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감정을 겪어내나요?
어떻게 극복하나요?"

"애비, 당신은 지금 잘하고 있어요.
바로 이게 잘하는 거예요.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것,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
감정 때문에 죽을 리는 없다는 걸 깨닫는 것."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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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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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난민이라서가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소외받는 삶 속에서도 분노와 증오심 보다는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 안에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던 모습들을 보며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울수 있었다. 고통을 위로해주는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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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을 돌린 채 커튼을 쳤고, 그러고는 서서 싱크대를 응시하며, 걷잡을 수 없이 몸을 떨며, 절대로 흐릿해지지 않는 듯한 기억에 압도된 채, 우리 영혼의 남루함과 보잘것없음에 저항하기에는 결국 너무나도 허약했던 나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 압도된 채, 결국에는 허약함을 느꼈다. - P313

"알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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