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필의 101가지 사용법 - 연필, 이 단순한 도구의 놀라운 쓰임새
피터 그레이 지음, 홍주연 옮김 / 심플라이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고 책상에 잠들어있던 연필을 꺼내서 한자루 깎아보았다. 다행히 휴대용 연필깎이가 날이 녹슬지 않고 용케 버텨주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목을 보고서는 별 희한한 책도 다 내는군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제목에서의 '사용법'을 가르쳐주기 위한 책이 아니었고 연필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주기 위한 책이었던 것이다. 어렸을적에 사촌형의 연필돌리기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 따라해보려고 수없이 연필을 날려먹었던 경험에서부터 동전을 종이 뒤에 끼워넣고 연필을 뉘어 양각이 드러나도록 살살 칠해보는 놀이까지 언제 마지막으로 해봤는지도 모를 기억들을 소환해주었다. 일종의 추억소환 책이었다고나 할까.
연필을 귀뒤에 꽂아넣거나 안주머니에 넣어보았던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간혹 안주머니에 넣은 연필을 연필을 꺼내려다가 연필심에 찔려본적도 여러번이었던것 같다. 그러고보니 나중에는 연필과 샤프의 중간버전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뾰족한 연필심 끝부분만 무슨 소켓 같은 것에 끼워놓고 그 소켓을 여러개 겹쳐서 펜대안에 넣어 심이 뭉툭해지면 그 소켓만 갈아끼워서 쓰게 만든 제품이 생각난다. 친구가 쓰는걸 구경만하고 한번도 써보지는 못했었는데 변신필통과 더불어 참 갖고 싶었던 학용품이었다는. 그러고보니 지금도 있으려나? 다이소 같은곳에 있다면 추억소환용으로, 뒤늦은 소원풀이용으로 하나 사야겠다고 다짐.
그때 알았더라면 써먹고 싶었던 사용법들도 많았다. 6각형으로 되어있는 연필의 각 면에 1부터 6까지 홈을 내어 주사위처럼 쓸수 있다는 부분을 보면서는 부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을 할때 주사위가 없어져서 못했던 아쉬움을 떠올렸고 가운데 놓고 연필을 회전시켜 술래를 정하는 게임을 할때는 가운데 압정을 박아넣고 했더라면 잘못돌려서 저멀리 날아가버리는 일을 줄일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그래도 연필의 주된 존재이유는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일 것이다. 저자는 글씨쓰는 기능으로는 메모할수 있다정도로 갈음하고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는 여러번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는데 크로키든 정물화든 간에 눈에 보이는 것의 특징을 잡아 소실점을 통한 원근감이든 음영을 통한 입체감이든 이런저런 기법을 통해 그림이라 불리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다는 것은 악기를 멋지게 연주하는 것과 비견될 정도로 매력있는 재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연필을 한자루 챙겨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