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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
김규회 엮음 / 끌리는책 / 2017년 6월
평점 :
지난번에 국내 주요 소설의 첫문장만을 따서 엮은 책을 본적이 있는데 같은 작가가 이번에는 세계 명작, 그러니까 노벨상 수상작가를 중심으로 주요 작품의 첫문장 만을 따서 3개월여 만에 다시 책을 출간했다. 책에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는지는 차치하고 이정도 시간차라면 같이 묶어서 출간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잠깐 해본다. 저자의 깊은 생각이 담긴 책이라기 보다는 큐레이션에 가까운 책이기에.
당연하게도 한국인이 사랑한 세계명작이기에 한국어로 번역된 첫 한두문장과 더불어 원문을 함께 실어놓았다. 물론 원작이 아닌 작품들은 그나라 언어로 병기되어 있었는데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그나마 영어가 아니고서는 해석은 커녕 읽지도 못할텐데 차라리 원문과 더불어 영어로 번역된 문장이라도 함께 넣어주었으면 친절하지 않았을까. 그러고보니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읽고 심사하는게 아니려나? 아닌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그럴것 같은데 추측이 맞다면 더더욱 영문번역자료까지 넣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문학적 냄새가 짙은 소설은 커녕 일반 소설도 한권을 제대로 읽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도 서두에 몇마디 적어두긴 했지만 내 생각에는 소싯적에 이런 책들 좀 읽어보려다가 세상사는데 바빠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른들에게 작은 미끼들을 대량으로 던져서 이 중에 네 삶의 궤적에서 연관있었던 책이 있다면, 알게모르게 마음의 짐으로 느끼고 있었던 책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 기회를 다시 가져보는건 어떻겠니라고 질문을 던지고자 함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나에게 갈매기의 꿈을 무척이나 감명깊게 보았다던 친구가 생각나게하고 뜬금없이 엊그네 안나 카레리나를 읽기 시작했다는 상사에서부터, 나쓰메 소세끼의 책을 나에게 권해주었던, 그래서 이름도 모르다가 몇권이나 연속해서 읽다보니 내가 팬이 되게 만들었던 오래전 후배를 비롯해 얼마전 아이를 갖게된 친구가 태명을 모모로 지었다는 사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생의 편린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