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4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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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던 책이었다. 이런 종류의 책은 몇문단 내용을 옮겨보는 것으로 다시한번 음미해본다.


“그 남자가 카네이션을 가지고 왔어. 그때부터 끔찍한 데이트가 될 줄 알았어”라고 샬럿은 인생 최악의 데이트에 관해 말한다. 2003년 맨해튼, 더 정확하게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 나오는 장면이다. 샬럿이 왜 카네이션을 하찮게 여기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싸고, 오래가고, 슈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카네이션이 좋지만(영국에서 판매되는 꽃의 60%가 카네이션이다), 정성을 많이 들인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집으로 초대받았을 때 카네이션 꽃다발을 선물해도 좋을까요? 절대 아니죠!”라고 패션 잡지 보그의 편집자 수지 멘케스는 말했다. 제우스신에게 바치던 꽃인 카네이션의 지위가 어떻게 이렇게 땅에 떨어졌을까? (중략) 빨간색이 (기품이 있다기보다) 과격하다는 평판은 어디에서 처음으로 얻었는지 꼭 집어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17세기에는 이탈리아에서 일본까지 여러 나라에서 빨간색이 저항의 상징으로 등장한 것이 사실이다. 영국에서는 크롬웰의 병사들이 팔에 빨간 리본을 둘렀고, 프랑스 브르타뉴에서는 우표세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빨간 모자로 구분했다. 100여 년 후인 프랑스 혁명 기간에 자코뱅 당은 빨간색 굽이 달린 구두를 신는 귀족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표시로 빨간색 모자를 썼다. 그때부터 빨간색은 과거 순교자들의 피와 미래를 위한 투쟁의 불타는 열정을 모두 상징하는 색깔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빨간 카네이션은 헤이마켓 관련 사망자를 추모하면서 이런 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지역에서 꽃을 재배하던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카네이션을 팔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빨간 꽃잎에 줄기는 길어서 깃발 같은 사철 카네이션은 오늘날에도 급진주의와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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