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유정식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특이해서 원제를 찾아보니 Perennial Seller, 그러니까 매년 잘파는 판매자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게 부제가 아니라면 제목 짓는데 고민좀 되었을듯. 쓰고나서 보니 정말 부제 없이 생뚱맞게 붙였나 싶어서 아마존에서 원서 제목으로 찾아보니 The art of making and marketing work that lasts, 이걸 바탕으로 만들었나보다. 번역시기 기준으로 얼마전 읽었던 스틸니스 바로 앞서 출간된 책.


창작이라는 것도 힘들지만 마케팅 또한 그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마케팅이 엉망이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고 그 반대의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 그런데 일단 창작이라는건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이 단계를 넘는 것 조차 쉬운일은 아니다. 저자가 영화 제작자 케이시 나이스텟의 입을 빌어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해도 되겠느냐는 편지에 대한 답변) 당신의 아이디어 따위에는 관심 없습니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내니까요.'


여차저차 만들어졌으면 이제는 어떻게 고객들에게 소구할 것인가가 다음이다. 포지셔닝이라는 제목으로 파트2가 시작되는데 완벽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테스트를 반복하며 필요하면 막판에 이름을 변경해버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재밌었던 부분은 영화 프리티 우먼이 원래 3000이라는 제목이었다는 것과(이유는 안나와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엣지 오브 투마로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면서는 Live, Die, Repeat(살다, 죽다, 반복되다)라고 바뀌었다는 것. 만약 이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으면 요새 트렌드처럼 '리브, 다이, 리피트'라고 정했을까 궁금.


얼핏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는 용어를 책제목을 통해 들어본것 같았는데 뜻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SNS를 통해 제품을 노출시키는 마케팅 기법이라는 뜻이라는데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제목의 책을 낸 적이 있었다. 별도의 주석이 없는걸 보니 저자가 만들어낸 용어는 아닌듯. 우리나라로 치면 바이럴 마케팅의 범주에 들어가겠구나 싶지만. 아무튼 마케팅은 저자의 전문분야이기도 하기에(한때 아메리칸 어패럴 마케팅 책임자였다.) SNS 및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었는데 지난 대선때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제발 도널드 트럼프를 찍지 마세요'라는 공개편지를 써서보냈고 트럼프쪽에서 오히려 이 편지의 공개를 막는 바람에 역으로 주요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던 사례는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챕터는 플랫폼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플랫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창의적인 작품을 세상에 퍼뜨리기 위해 당신이 감수해야 하는 도구, 관계, 접근, 목표 대상의 조합',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장'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내게는 곱씹어볼만한 문장. 세스 고딘은 플랫폼이 '퍼미션 자산'을 통해 구축된다고 말했다는 부분 또한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는 마케팅용 이메일을 수집하는 것은 퍼미션을 얼마나 많이 받았느냐로 갈음됨과 동시에 잠재고객의 수를 나타내며 이 자산의 규모가 곧 영향력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제목만 봐서는 창작이, 그러니까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어떠한 가이드를 따라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의 분량을 통해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 이후를 다루고 있기에 어찌보면 아까 위에 언급한 영문 부제가 딱 제목에 어울리지 싶었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