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들 - 천만을 움직이는 크리에이티브는 어디서 시작하는가
강제규 외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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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방송예술대학교에서 기획한 특강시리즈를 엮어낸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연사는 강제규, 곽경택, 김용화, 봉준호, 이명세, 이순재, 임순례, 장준환, 정진영, 허진호까지 10분. 중요한건 아니지만 저자 및 차례도 가나다순으로 배치한걸 보니 강연하신 순서는 아닌듯 해보인다. 아쉬운 점은 내용을 많이 생략한건지 강연 시간 자체가 길지 않아서였는지 10개나 되는 강연을 담은 책이 270페이지 정도, 그러니까 각각의 이야기가 십수어장씩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는 점. 아무래도 다들 비슷한 분야에 계시다보니 메시지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덜어내고 비슷하게 분량을 맞춘건가 싶은 생각도 해본다.


그런 차원에서 몇가지 주제 문장만 발췌해보자면


- 강제규 : 그래서 저는 창작을 할 때만은 배우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무엇이든 만들어보세요. 만약 영화를 찍고 싶은 거라면 말이 되든 안 되든 신경 쓰지 말고 찍어보세요. (중략) 일단 만들어놓고 부족한 걸 공부하세요. 순서를 바꿔야 해요. >> 생각만 많은 내게 항상 실행 먼저라는 메시지!


- 곽경택 : 내 아이디어, 내 연기, 내 글, 이런 것들을 소개할 때 움츠러들지 마세요. 필드에 나갔을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공격적으로나의 상상력과 나의 재주와 내 연기력을 소개할 줄 아는 것입니다. >> 지금도 내게 필요한 부분이다.


- 김용화 : 저는 제가 만든 시나리오 혹은 영화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 (중략) 1점과 5점은 읽지 않습니다. 소중한 의견이지만 두 눈 질끈 감고 넘깁니다. 그리고 2점부터 봅니다. 2점을 3점으로, 3점을 4점으로, 4점을 5점으로 만들기 위해서요. >> 약간 다르지만 NPS가 생각나기도 하는 멋진 접근법.


- 봉준호 : 대학시절 우연히 본 오대산의 고속버스, 중학생 때 낙서를 하며 상상했던 한강 속의 괴물, 어린 시절 지하실에 들어가서 놀던 추억들까지. 그 이미지를 마주하고 바로 작품으로 꺼내놓을 수 있던 건 하나도 없어요. 모두 아주 오랜 시간 마음속에 담아두고 고민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탁 하고 꺼낸 거죠. >> 당장 이분들처럼 작품을 만들어내야하는 창작자가 아닌 우리는 언제 꺼낼일이 있을지 모르니 쌓여만 가는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을 해두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 이순재 : 왜 스스로의 평가가 중요하자면, 남의 평가에 신경 쓰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잘 안하려고 하기 때문이에요.남이 보는 것에 상관없이 나는 좋았는지 나빴는지 전혀 고민을 안하는 거예요. (중략) 젊었을 적에는 욕이라도 섞어가면서 누가 가르쳐주려고 하지만 나처럼 나이가 들면 누가 말을 해주지도 않게 되죠. 불편하니까 다음에 안 부르고 마는 거예요. >> 나같은 경우 다른 의미에서 와닿는 내용.


- 허진호 : (타인의 경험을 홈쳐라는 메시지) 송강호 배우는 대표적으로 관찰을 많이 하는 배우로 꼽힙니다. 포장마차에서 가서 술을 마실 때도, 우연히 만난 사람을 대할 떄도 언제나 주변을 보며 개인적이면서도 독특한 특징들을 살피고 연기에 적용하죠. (중략) 창작에 있어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색깔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재능보다 진하게 느껴지는 색깔이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되기 때문이죠. >> 나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돌아보고 다른사람의 다양한 일상과 특징을 관찰하는 게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나의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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