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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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다가 나아져서 방송출연했던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런 경험들이 저자의 사고에 영향을 미쳤고 그시절의 경험과 생각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내었다. 


'형편이 좋은 집에서 태어난 청년들은 이기는 경험을 쌓는 일이 비교적 수월하다. 스스로 형편이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몸을 이기는 경험을 쌓아나가자. 출발선이 다르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몸을 이기는 경험을 대신 쌓는 것이다. 이기는 경험을 쌓는다는 건 언제 힘을 주고 뺐는지, 언제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는지 근육의 쓰임과 호흡의 감각을 기억해내는 것과 같다. 지는 것에만 익숙해지면 뭐가 진짜 이기는 거고 지는 건지조차 구분이 어려워진다. 되는 놈만 늘 되는 것이다. 이겨본 사람만이 다시 이길 수 있고, 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요컨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자는 것이다.'


- 책 어딘가에서 발췌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 라인홀트 니부어Karl Paul Reinhold Niebuhr


- 이 두마디를 발견하고 또 재음미할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책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래 문장을 보고 잠시 책을 덮고 '애드 아스트라'를 보기도 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 에서 배우 브래드 피트는 태양계 경계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절대적인 고독 앞에 혼자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비할 수 없이 가치 있다는 걸 깨닫고 지구로 귀환한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간단한 걸 우주 끝까지 가서야 알 수 있냐며 조소한다. 하지만 머리가 아닌 몸으로 무언가를 깨닫는 데는 늘 큰 비용이 든다. 무려 암에 걸리고서야 그걸 알았냐고. 그러게 말이다.'


- 마지막으로 언제가 그가 쓴 어떤 글의 파편에 대한 해명아닌 해명을 본 기억도 있지만 여전히 행여나 피상적인 정보만으로 안좋은 인상을 갖고 있을지도 모를 이들이 있을 것이에 약간의 이해를 돕고자 아래 문장도 옮겨본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선언을 해도 좋고 맹세를 해도 좋으며 실험을 해도 좋다. 하지만 그걸 실천하려고 삶을 거는건 무식한 일이다. 슬픔을 나누면 행복이 되거나 최소한 슬픔이 쪼개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옳다고 생각하는 걸 실험하기 위해 실명으로 자기 삶을 공유해선 안된다. 나는 10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그 기간 동안 썼던 글 가운데 일부가 파편처럼 잘게 쪼개어져 실제 의미나 맥락이 제거된 상태로 돌아다닌다. 그리고 나를 폄훼하고 욕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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