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호크니 리커버 에디션)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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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목받는 신인 작가투표에서인가 보고 한번 읽어보자 싶어서 선택했는데 예상치 못한 SF소설집이었고 이틀만에 완독했을 정도로 재밌었다. 테드 창인가 하는 분의(순간적으로 테드 창이 맞나 싶어 찾아보기까지 했는데 동명이인(?)이었다... 극한직업!) 나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책을 맛깔나게 본 기억이 있는데(그러고보니 영화 콘택트를 아직도 안봤다. 이번주에 꼭!) 솔직히 그만큼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생각의 틈을 벌려주고 여운을 안겨주고 있어 한편한편 남은 편수가 줄어드는게 아쉬워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모든 작품속에 녹아든 아이디어가 기발했는데 특히 책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수 없다면이라는 작품과 감정의 물성이라는 두 작품이 원픽, 아니 투픽이었다. (이런식으로도 표현하는지 모르겠다만) 과학의 발전 방향 속에서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소외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플롯을 짤 수 있는건지 끝까지 보고 나서 다시 앞부분을 들춰볼 정도로 정말 놀라워하면서 볼 수 있었다. 감정의 물성이라는 단편에서는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물체를 다루고 있는데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둘째치고 인간의 속성을 다루고 있어 나같은 경우 조금 찔리기도 했다.


'선배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제 생각은 이래요.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 왜, 보면 콘서트에 다녀온 티켓을 오랫동안 보관해두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사진도 굳이 인화해서 직접 걸어두고, 휴대폰 사진이 아무리 잘 나와도 누군가는 아직 폴라로이드를 찾아요. 전자책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도 여전히 종이책이 더 많이 팔리고. 음악은 다들 스트리밍으로 듣지만 음반이나 LP도 꾸준히 사는 사람들이 있죠.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향수로 만들어서 파는 그런 가게도 있고요. 근데 막상 사면 아까워서 한 번도 안 뿌려보는 사람들도있다고 하더라고요. (중략) 그냥 실재하는 물건 자체가 중요한거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물성을 감각할 수 있다는게 의외로 매력적인 셀링 포인트거든요.'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하니까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그러니까 이건 어차피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까?'


귀신의 집처럼 돈내고 공포를 체험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슬픔이나 고독을 느끼기 위해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슬픔이나 괴로움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하는 다소 억지스런 반례를 생각해보기도 했던, SF소설의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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