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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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전에 읽었던 우리나라 저자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이 생각났다. 역시나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사회문화적으로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고 있었던 가치관, 사고체계에 대해 되짚어보게 만드는 기회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젠더문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개선되고 있는 편이라 보여지는데 여기선 아직도 이정도 수준인가 싶을정도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성관계가 복잡한 남성을 바람둥이, 카사노바 정도로 부르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창녀라는 험한말이 튀어나온다는 부분 등) 


정말일까? 우리나라는 어디쯤일까?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음성학적으로 여성은 남성의 저음목소리에 끌리고 남성은 여성의 고음의 귀여운 목소리에 끌리는데 200년 전보다 남녀의 음정 차이가 8도에서 5도로 줄었다는 부분, 그러니까 요즘 여성들은 달라진 사회 환경으로 인해 목소리를 다르게 사용한다는 증거들은 흥미로웠다. 문화차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일본 여성의 목소리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반면 남녀평등 인식이 높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여성 목소리가 세계에서 가장 저음이라고.


또 미용실의 경우 머리 길이와 관계없이 성별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며 심지어 2012년 문구회사 Bic이 Bic for her라고 이름붙여 여성용 볼펜을 출시했는데 색깔만 분홍색으로 해놓고 가격을 두배로 받았다는 사례에서는 우리나라 미용실 가격체계가 오버랩되었다. 커트 뿐만 아니라 머리 시술 비용에 있어 차이가 큰걸로 아는데 문제 삼는 사람이 있었나 싶기도. 이 밖에도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사례, 큰 도둑은 놓아주고 좀도둑만 잡아들이는 부분이나 경제사범에 대한 저평가된 경계의식, 심지어 저지르고 싶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범죄이므로 지능적이고 스마트하게 보이기까지 한다는 부분은 유럽도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사회학자이다.)


이렇듯 상품소비에서나 범죄 뿐만아니라 이민자를 대하는 시선, 소셜네트워크의 팔로워 수(관심 수)에 따른 차별에 이르기까지(팔로워수과 영향력은 비례하며 이는 곧 권력이 된다.) 공평한 세상 가설 같은 심리적인 함정과 흑백논리 같은 제목 그대로 내 안의 차별주의자적 요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을 덮으며 ‘차별’이라는 단어가 어디서 발생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와 같지 않음을 다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즉 사회문화적인 다름에 의한 울타리를 치는 것이 일반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아닐까. 책 서두의 한 문단을 마지막으로 옮겨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그리스 문화가 아닌 모든 것을 '야만'이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 정리해 버렸다. 이런 세계관은 매우 재미난 역설을 포함한다. 오늘날 야만적이라는 말은 현실을 '우리' 아니면 '남', 흑 아니면 백, 찬성 아니면 반대로 양분하는 무식한 논리를 뜻한다. '우리'가 아닌 것을 무조건 무시하는 태도를 야만적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야만적'인 인간들을 거부하는 그 사람들 스스로가 '야만인'과 똑같이 이분법적 태도를 취한다. 야만인이란 그 누구도 아닌 야만을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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