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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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책방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저자를 뒤늦게 알게되어 챙겨두었다가 뒤늦게 본 책인데 아주 좋았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에세이 형태로 풀어내고 있는데 나처럼 막연히 약간의 관심만 있는 사람에게 딱 눈높이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눈에 띄는 문구도 많았는데.


- '세계의 명화'라는 개념은 과거, 그것도 아주 먼 과거가 된 시대와 그 시대의 관점에서 본 유명한 작품만을 미술의 세계로 여기게 하는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낯선 그림을 보면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자기 주변의 미술관에 가서 새로운 작품을 보고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미술관에 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관에 가는 이유가 내눈에 익숙한, 내가 아는 그림을 내 눈으로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국내에서는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 어디인지, 혹은 국내 미술관 이름 세곳만 말해보는 것도 어려운 사람들이 해외여행만 나가면 어디 미술관에서 어떤 유명한 그림을 보았는지를 미션으로 삼아 돌아다니게 된다.


- 내 작업실에 사람들을 불러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익숙한 소리를 듣는 것이지 낯선 음악은 전달되지 않는 듯했다. 사람들이 틀어달라 부탁하는 곡들은 한때 알고 있었던 음악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들이 신청하는 음악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음악 취향은 모두 과거완료형이라는 것이다. 성장을 멈춘 어른들이 한때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일이 약간 서글프기도 했다. 한때의 교양, 한때의 세련됨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새로운 취향을 만들지 못한 것은 먹고사는 일에 시간을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 내 이야기 였다. 새로운 음악을 찾아들었던 경험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과거완료형에 머무른 취향이라니 표현이 고급지다. 물론 취향이라는게 말그대로 익숙함, 친근함의 영역이기도 하기에 과연 저게 문제가 맞느냐는 반론이 있을수 있겠으나 비우지 못하면 채울수 없듯이 취향은, 그러니까 그릇의 모양은 유지하되 일정 부분은 비워내고 채워내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면 이끼가 끼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나도 한번 고급지게 표현해봤다.


뒷부분에는 생활명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오돌도돌한 모양의, 약간 특이한 모양의 유리컵을 시간차를 두고 두번접했을때 그게 핀란드 회사의 이딸라가 만든 울티마 툴레라는 제품이었다는 부분을 보며 뭔가 궁금해 찾아보니 200미리리터도 안되는 작은 유리컵 하나가 3만원쯤, 1.5리터인가 하는 물병하나가 15만원이 넘는 제품이어서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내가 지금 쓰는 볼펜도 300원짜리 모나미 153 볼펜이 아니라 15000원 짜리 모나미 153 볼펜이기 때문. 그러고보니 이건 재질이 다르니 적절한 비유가 아닐수도 있겠다. 


아무튼 저자는 틈만나면 육각연필을 처음 만든 파버카스텔의 필기구를 추천하고 다니고 있다는데 문득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결제를 못하고 있었던 퓨어몰트 볼펜을 사버릴까 다시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고,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유료멤버십을 가입해서 달력까지 받아두고도 3개월이 지나도록 한번도 안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주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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