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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나혜석 지음, 장영은 엮음 / 민음사 / 2018년 3월
평점 :
나혜석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나혜석이 누구냐고 일반인들에게 묻는다면 어떤 답변들이 나올까. 아니 일단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을 확률조차 아주 낮을 것 같다. 나조차도 이름만 얼핏 알고 있다가 이 책을 통해 생전 쓴 글을 보게 되었는데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욱 멋진 여성이었던 것. 물론 부모가 군수를 역임해 부족하지 않게 자랐다는 배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대의 틀을 깨고 연애관은 물론 결혼관에 이르기까지 정말 누군가 말했을 것 같지만 진정한 우리나라 1세대 페미니스트라고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그녀가 독립운동도 지원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던 부분이었다.
'안동현에 부임했던 6년 동안 나혜석은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했던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나혜석과 김우영은 김원봉을 비롯해 의열단 단원들에게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1923년 황옥 경부 폭탄 사건에도 나혜석은 개입했다. 나혜석은 황옥을 자신들의 숙소에서 묵게 하고, 기차로 이동할 때 폭탄과 권총이 들어 있는 짐에 '안동영사관'이라 쓴 종이를 붙여 주었다. 또한 의열단 사건으로 투옥된 이들을 면회하고, 그들의 무기를 출소 때까지 보관해 주기도 했다.'
이정도면 '암살'인가 하는 그 영화에 잠깐이라도 등장했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아무튼 지금 봐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이야기 -신혼여행으로 전남자친구의 무덤을 갔다고-나 남녀간 지적, 성적 성숙도 차이가 나니 남자 30살과 여자 40살이 어울린다는 이야기 등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 앞에 실린, 나혜석의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을 마지막으로 다시 인용해본다.
'아버지 안자의 말씀에도 일단사와 일표음에 낙역재기중이라는 말씀이 없습니까? 먹고만 살다 죽으면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금수이지요. 보리밥이라도 제 노력으로 제 밥을 제가 먹는 것이 사람인 줄 압니다. 조상이 벌어 놓은 밥 그것을 그대로 받은 남편의 그 밥을 또 그대로 얻어먹고 있는 것은 우리 집 개나 일반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