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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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을 설계한 이는 우리 현대건축의 거장 김수근과 그의 건축 회사 '공간'이다. 1970년대 군부독재 정권이 발주한 건물로 지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증축을 하는데, 이 과제 역시 공간이 맡았다. '인문주의자, 휴머니스트, 문화 거인, 건축 거장'으로 알려졌던 김수근에 대한 회의가 드는 대목이다. (중략) 더욱이 대공분실 건물에서 공포의 장치로 지적되는 요소들이 김수근의 원서동 '공간 사옥'에서 사용되었던 건축 요소와 판박이었음을 확인하면, 갈등이 몰려온다.


: 몰랐던 사실. 


-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1만 제곱미터 이상의 건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건축비의 1퍼센트 이하를 미술작품 설치에 쓰도록 한 법. 1995년 부터 의무화함)에 의거해서 만들어진 많은 조형물들이 일명 '문패 조각'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을 받기도 한다.


: 1퍼센트 이하가 아니라 이상이 아닐까 싶고. 1995년 부터 의무화 되었다는걸 떠나 그래도 조금은 거리의 다양성을 늘려준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대표적인게 흥국생명빌딩인가, 그... 서울 역사문화박물관 건너편에 있는 거대한 망치질 인간. (영어로도 해머링 뭐라고 써있었던것 같은데)


- 실제로 스탠딩 소변기만이 아니라 아예 남녀 구분을 없애는 화장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집이다. 남녀 가리지 않고 같은 공간을 쓴다. 호텔 객실에서도 남녀 구분이 없음은 물론이다. 갈등과 신뢰 속에 같이 나누어 쓰는 공간이 된다. 작은 카페나 비행기처럼 공간을 절약할 필요성이 있고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는 시설에서도 화장실은 같이 쓰는 공간이 된다. (중략) 대표적으로 스웨덴은 10여년 전부터 모든 공중화장실을 '모두가 쓰는 화장실('성 중립 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로 쓰고 있다. 양성평등과 성소수자 배려가 자리 잡은 복지사회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스웨덴 같은 모두가 쓰는 화장실로의 전환이 가능할까? 방향성 자체는 올바른것 같아 보이는데 생각해볼 문제인것 같다. 그러고보면 작은 선술집 같은 곳에서는 같이 쓰기도 하니까?


- 상상해보라. 단독주택보다 훨씬 더 큰 아파트들이 즐비하건만 한 집에 오직 한 가구만 살고, 낮에는 한사람만 남아 있거나 아무도 없고, 주차장도 낮에는 텅 비어 있다. 일반 동네에서 주차장 공유를 장려해도 아파트촌에서 주차장 공유를 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물며 주상복합 건물에서도 상가 방문객 주차 공간이 모자라도 아파트 주민이 사용하는 주차 공간을 공유할 수는 없다.


: 이것도 마찬가지. 아파트는 가구별로 주차공간이 할당된 곳이 대부분일테니 시스템을 통해 유료로라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긴 할텐데 안전이라는 요소가 있을테니 쉽지 않겠지. 그런데 단지 주민이 아니면 아예 입구조차 통과할 수 없을것 같은 아파트도 있던데 이건 법적으로 문제 없는건가... 다른 부분에서는 이런 단지들 때문에 도심에 (골목)길이 없어지고 있어 문제라는 식으로 지적하고 있다.


- 대중 강연을 하다 보면 시민들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민원성 질문도 많고(개발에 대한 반대와 찬성 등), 정책과 제도에 대한 불만성 질문도 많고(업계 사람들의 규제 완화 요청과 시민들의 규제 강화 요구 등), 문제를 제기하는 질문도 있고, 소망을 담은 질문도 있다. 굳이 나누어보자면, 다음과 같은 갈래들이다. 바라는 환경에 기초해서 하는 질문, 특정 이해관계에서 비롯한 질문, 정말 이상해하면서 던지는 질문, 갑갑해서 하는 질문, 궁금해서 하는 질문, 구체적 해결책을 구하는 질문, 기상천외한 발상을 제안하는 질문이다. 이 중에서 나는 정말 이상해하면서 하는 질문을 반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일단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방인의 시각을 공유하는 이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만 이상해하는 건 아님을 확인하는 안도감이 들고 동지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 책 말미에 나오는 부분인데 강연이든 강의든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이 쓴 책을 꽤나 많이 봤지만 대중들의 질문을 이렇게 분석한 부분은 처음 본다. 굳이 건축쪽이 아니더라도 갈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여간 정말 이상해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욱 더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연한 기회에 읽어본 책이지만 여러모로 배울꺼리, 생각꺼리가 많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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