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
엄기호 지음 / 나무연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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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붙잡고 아는 사회학자가 있느냐고 물으면 몇명이나 답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저 질문을 받는다면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하겠지만 이 분의 이름은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한번 뵌적도 없고, 심지어 프로필 사진도 본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이미지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사회학 서적으로만 접한 이분의 저작들은 그간 몇권의 책을 읽어오면서 나름의 울림을 주고 있었기에 챙겨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 읽어보게된 이 책은 다른 책들보다 한층 우울하게 느껴졌다. 제목에서부터 보이는 고통이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고통의 지층들, 고통의 사회학, 고통의 윤리학 파트로 나뉘어 쓰여져 있는데 사실 읽은지가 꽤 되어 상세 내용이 기억나진 않지만 우리가, 우리 사회가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들이 따끔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앞부분에서 저자가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하는 어떤 사회활동을 하다가 만난 사람들에게 술한잔 하면서였나 들었던 이야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결국 너희들은 제3자일 뿐이라고, 우리가 겪은 일들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거라고 토로하는 걸 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접근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나도 답답했다.


청와대 신문고였나 동의가 20만명이 넘으면 답변을 해줘야 한다는 그 시스템에는 모르긴해도 나의 고통을, 억울함을 이해해달라는 청원이 하루가 멀다하고 부지기수로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고통을 나누고자하는, 억울함을 어떻게든 풀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누군가는 이런 사람들의 고통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링크를 퍼뜨리고 있고 나 또한 간간히 접하고 있는데 웃프게도 언젠가는 이런 청원에 대한 동의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컨설팅을, 방송작가라도 붙어서 해주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저자가 언급한 고통을 대결하는 콜로세움이라고 해야할까. 다양한 경로로 고통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는 이렇게까지 밖에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바탕으로한 안타까운 자화상인 것이다.


언젠가는 여기에 올라오는 청원의 갯수로 사회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각자가 땅을 딛고 서있는 사회공동체 내에서, 서로가 고통을 겪는 공동체 구성원의 옆을 지켜주면서 작은 고통들을 보듬어주는 사회가 오기를 소원해본다. 책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흘러간것 같지만 어쨌거나 고통을 소비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기회를 주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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