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만남과 시간으로 태어난다 - 매일이 행복해지는 도시 만들기 아우름 39
최민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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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뒤늦게 안 즐거움이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된 유현준님의 책을 재밌게 본적이 있었고 그 전에도 오래전이지만 제목만 생각나는, 서울은 깊다라는 책도 꽤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판형이 달라서였기도 하고. 아무튼 도시는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아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도시에 대해, 도시학자가 말하는, 도시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접해보는 것은 색다른 재미.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신도시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 OO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지만, 그 이름을 듣는다고 이를 정감있다고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을은 몇십 채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촌락을 부르는 이름이라 주로 시골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이거든요. 1,000세대도 넘게 사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붙인 '정든마을 4단지'라는 희한한 이름은 저에게 매우 어색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제 머릿속의 마을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골목길이 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일상을 나누는 공간인데 말이지요.


이 의견에 동의할 수 도 안할 수 도 있을것 같다. 모르긴 해도 이 아파트 마을을 이름 붙인 사람들은 바로 그 대단지의 단조로움이나 삭막함을 우려했기에 이름으로나마 안에 사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서로 관심을 갖고 자치공동체로서 연대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은 것일테니까. 그렇다고 '시티콜로니 4단지' 같은 이름을 지을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는가.


-정독도서관이 도서관으로 사용된지는 40년 정도이지만 (중략) 1900년에 조정이 직접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김옥균의 집터에 만든 학교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건물은 1936년에 만들어지고, 사료동은 1920년에 지어졌지요. 일제강점기 동안은 경기보통학교, 경기공립중학교로 사용하다가 6.25전쟁 이후에는 미군 통신부대가 이 건물을 사용했고 1956년부터는 다시 경기고등학교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76년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옮겨가자 도서관으로 변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가 있었을 줄이야. 오래전 가본 이후로 그쪽 동네를 가본지 오래인데 조만간 시간내어 꼭 한번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고궁관련한 책을 보고 나서 포스트잇에 써놓은 고궁방문도 아직 지키지 못했...


이밖에도 여백에 관한 이야기라던지 세운상가 재설계에 해외 건축가가 참여한 것에 대한 아쉬움, 녹지이야기나 물길이야기(블루벨트였나)도 신선했고 세종시 정부건물들 옥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 이 세계에서 가장 긴 건축물로 등재되었으나 무슨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일반인들은 커녕 공무원들도 보안절차를 거쳐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들은 안타까웠으며 학교 운동장 또한 마찬가지라 새삼 오늘날 우리는 각종 첨단장치로 인해 더욱 안전하면서도 안전하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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