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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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오랜기간 근무하며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던 삼성전자 권오현 전 사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상근 교수가 엮어낸 책이다. 이 분 정도 지위라면 구술하고 이를 엮어 대필하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충분히 책을 낼 수 있었을텐데 인터뷰 대담집도 아니고 정리하신 분도 대단하신 분이라 처음엔 좀 의아했다는. 읽어보니 두분의 교류가 오랜기간 있었고 책으로 내자고 자꾸 권하기도 했던터라 직접 관여하신 모양이었다. 물론 서로 스케줄이 바쁘다보니 출판사의 도움도 꽤나 있었겠지만.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기업이긴 하지만 삼성이라는 그룹안에서 전자, 특히 반도체 부문은 불모지에서 시작해 전세계가 놀랄정도로 말그대로 초격차를 벌리며 세계 최정상의 위치로 올라선지라 그 안에서 핵심역할을 하셨던 분의 책이라면 충분히 그 속내를 엿보고 싶어지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서두에서부터 그는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내면의 덕목을 진솔함(integrity), 겸손(Humility), 무사욕(No Greed)를 꼽고 있으며 훈련을 통해 갖추어야 할 항목으로 통찰력(insight), 결단력(Decision), 실행력(Execution), 지속력(Sustainability)를 이야기한다.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애벌래인지를 자랑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보았다면서 자신과 조직의 끊임없는 변신도 강조하면서, 리더는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신경써가며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을 통해 깨달은 통찰력, 외부지식을 통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아닌 뇌처럼 이야기하라고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회의 및 보고 관련한 한 부분이 눈길을 확 잡아 끌어 옮겨본다.


- 보고를 받고 다양한 현황과 정보를 확보하면 그것으로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착각하는 현상입니다. 자신의 정보력은 증대되었는지 모르지만 그 지식은 이미 회사 내에 있던 것을 옮겨놓은 것 뿐입니다. 팀이나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게다가 이런 정보의 축적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면 자기 자신이 그 분야에서 제일 많이 안다고 자만하게 됩니다. 결국 다른 부서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모습을 보일때도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임원이 갖추어야 할 실력은 회사 내에 있지 않던 지식을 쌓는 것을 말합니다. 임원의 실력이 늘어야 담당 부서를 잘 운영하게 되고, 회사가 기대하는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사업을 어떻게 규정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언급하면서 출판인쇄업, 조선해운업, 방송통신업 같은 우리나라에서 나누는 사업구분이 사업의 본질을 규정하는데 혼란을 주고 있다는 부분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기에 인상적이었다. 조세적인 측면에서, 편의적으로 나누었을것 같으나 오늘날 출판업은 서비스업에 가깝고 인쇄업은 제조업에 가까우며 조선업은 제조업이고 해운은 서비스이므로 서로 다른 형태의 전략이 사용되어야 함에도 혼란을 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 이런게 통찰이 아닐까 싶더라는.


혁신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얼마전에 빨래를 자동으로 개어주는 기계가 발명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세탁기에서의 혁신은 얼마나 세탁시간을 줄여주는가가 아니며 세탁기에서 옷들이 다려져서, 심지어 개어져서 나오는 것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근미래에는 정말 이 두개가 결합한 기계가 나오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틀안에 갖혀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사고를 통한 가능성 탐색 및 실행이리라.


이거 말고도 다양한 조언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는데 목차만 보아서는 알 수 없는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이야기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어내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만들었다는, 리더가 추구해야할 방향을 담은 영어표현을 되짚어본다.


- 'Brain Busy, Body Easy.'라는 영어 표현을 제가 만들어 보았습니다. 즉 생각은 골똘하게 하더라도 몸은 바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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