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철학 책도 시집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름을 얻지 못한, 얻지 못할 어떤 것일 분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아무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것이 아무것으로 인식된다면 기분이 좋을 것이며 아무것으로도 아닌 것으로 홀대받아도 역시 기분이 좋을 것이다.
다로 시작하는 서문을 읽으면서 그래 좀 가볍게 마주해도 되겠구나...다행히다 뭐 이렇게 생각하며 책과 마주했다. 마침 여행갈 일이 있었기에 혹시나하며 챙겨든 책이었는데 정작 여행지에 가서는 읽지 못하고 있다가 다녀와 머리하는 동안 한 권 뚝딱(? - 뭐...설렁탕한그릇 뚝딱 그런 기분이구만..^^:) 하게 된 책이다. 사실 그 어느 누구가 자신의 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닌이라고 인식해도 된다거나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작가의 그런 소탈함으로 시작한 글은 끝맺음이되는 그 시점까지 여러 생각들을 머리속에서 둥둥 떠다니게 만들었고, 책을 덮고도 그래? 음...하고 생각이 머물게 하였다. 아주 어렵게 문제는 제기하는 그런 글이 아닌데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사막을 제대로 품고 싶으면 그냥 사막처럼 열린 방향대로 혹은 별이 유혹하는 곳으로 걷기만 하면 됩니다. 목적지는 오히려 우리를 표류하게 마듭니다. 목적지가 없어야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그래 우리네 사는 인생이 목표한데로, 목적지 있는데로 그냥 저절로 잘만 가게되는건 아니지. 소년의 말은 묘하게 니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말 처럼 내게는 느껴졌다. 어떤때는 몹시 아둥바둥하며, 나름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웠다 싶었는데 인생이란 녀석은 그것과는 별개의 어떤 변수로 그 방향이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나아가게 하기도 하며, 어떤때는 그래..모르겠다. 될데로 되라 싶었는데 의외로 쉽게 그 길을 가게되는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저기를 가야겠다, 저기에 꼭 가야겠다하면 되려 나를 표류하게 만들어 그 순간의 상황 상황들에 대해 잘 판단하여 열린 방향대로, 별이 유혹하는 곳으로 나아가다보면 목적지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더란 것.
게스트 하우스 막노동자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더운데 힘들지 않으세요? 쉬었다 하세요." 아저씨는 "할만합니다.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라며 잠시 후 내게 되물었다. "당신은 부자인가 봅니다?" 나는 그의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 뜨거운 여름에 당신의 몸이 하는 노동이란 숙소에서 다른 사람의 노동을 관찰하면서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뿐이니까요." 순간 나는 노동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그 자리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뭐랄까? 사실...나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의 뭔가 노동의 결과로 어떤 것 재화든 그에 합당하는 어떤 무엇가를 받는 동안에 작가는 여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적어도 남이 보기에는 노는 중(?)이지 노동력을 생산하는 중은 아니니 말이다. 머릿속으로 수만가지 생각이 오가고 그렇게 정신의 부산물을 만들어 내고 있을지언정 겉으로 보기에는 쉬.고.있.는 그 모습 말이다. 그런작가가 부럽다가 여행이 작가에게 만들어준 이 결과물을 보고 그래 노동이라는 것이 꼭 몸으로만 해야한다 또는 몸으로만 한다고 볼 수 있던가, 이런 정신적 노동에 대한 가치는 어쩜 더 환산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아저씨 저 나무들의 이름이 뭐예요?" 나는 청소부 아저씨께 대뜸 물었따. "저 나무들의 이름은 모두 달라서 저도 다 모를 지경입니다." 나는 의아한 눈으로 아저씨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아저씨, 저거 모두 같은 나무 아니예요?" 그러자 아저씨는 이렇게 답을 하고 천천히 사라져 갔다. "우리가 보는 나무는 어느 것 하나도 동일한 것은 없습니다. 그냥 인간들이 감각이 무언가에 홀리거나 길들여져서 그렇다고 착각할 뿐이지요."
켁. 그냥 저 말을보는데 목이 메었다. 섣부른 인간의 판단을 만들어내는 우리들의 얕은 지식, 결국 우리는 이런 얕은 지식으로 인해 타자 또는 희미한 주체로 전락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지식의 범위만큼에서만 보는 눈이 있고, 활용하는 능력이 있는 약한 존재일테니 말이다. 물론 내가 직접 지식을 생산할 수 있는 위치정도라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나는 지식을 활용하는 뭐 그런 분류라서....내가 가진 얕은 깊이의 빤히 보이는 그것이 최고인양 마구 나서거나 움직이지 말하야겠다는 그런 반성을 했다.
"나는 나의 추억을 알 수 없지. 아마도 그것은 질문을 하는 자네의 상상 속에 존재할 거야. 나의 추억이란 인과의 고리가 끊어진 파편화된 과저의 시간들이기 떄문에 그것을 현재화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자네에게서 시작되는 것이지. 그러니까, 나의 추억은 자네 것이야."
추억이란 이름은 뭔가모를 아련함을 가진다. 그런데 막상 이 추억은 따지고보면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가능성도 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단편적이며, 놓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얼마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어떤 장소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는데 한친구는 까맣게 기억하지 못하고 되려 자기가 정말 거기에 갔었냐고 말했다. 친구들이 너가 그때 이리이리 하지 않았느냐, 그때 누구누구와 같이 가지 않았느냐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어주고 심지어 친구의 남편도 기억을 하더란만 친구는 결국 기억해내지 못했다. 아마도 친구의 추억 한켠으로 남을 정도의 값어치(?)도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좀 비약이 심했지만 너무 지나치지만 않다면 추억이란건 내가 내게 남아있을때 좋을 것으로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도둑은 이 골목으로 사라졌는데, 여기 도둑들은 돈만 가지고 지갑은 버리니까, 이 골목 어딘가에 지갑이 버려져 있을 거요. 천천히 찾아보시오. 너무 슬퍼하지 말고, " "할머니 고맙습니다. 지갑만 찾을 수 있다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 그러자 노파는 웃으면서 말했따. "우리는 늘 필연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타인에 지나지 않는데 하물며 타인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이 분명하오."
우리는 이렇게 단편적인 존재인가? 내가 너에게, 당신이 나에게 꼭 이렇게 관계맺음을 정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회라는 유기체 안에 속해있는데 말이다. 나외의 모두는 타인이라는건 너무 삭막하다 또는 참 각박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난 무척이나 의존적인 누군가와 함께가 중요한 스타일이라서 노파의 말에 움찔하다가 살짝 반발도 들었다. 그렇지만 조금 방향을 바꾸어 달리 생각하자면 내가 바로서 있지 않으면 타인과의 관계역시 틀어질 수 밖에없다는 말은 아닐까? 은혜갚기는 안되더라도 내가 그런 맘을 갖고 있다면 다음에 다시 어떤 상황에서 좀 다른 모습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니까. 그냥 섣부른 내 기대인가? ^^:
질서가 무서운 것은 모두를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고, 같은 속도로 달리게 통제한다는 것이다. 같은 방향은 다른 방향이 존재함을 잊게 만들고 같은 속도는 천천히 달려도 된다는 여유로움을 상실시킨다...중략..질서속에서 평온함을 얻고자 했던 인간들이 오히려 무질서가 만들어내는 우연성의 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뜨끔. 난 책꽂이의 책을 꽂을때 되도록이면 같은 회사의 또는 비슷한 분류의 책끼리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두면 보기에 좋다는게 이유다. 사실 좀 더 생각해봐도 다른 이유는 크게 없더는 것. 그런데 이것은 우리 아이들이 책을 보는 것에 늘상 부딪히게 되는데 아이들은 보고난 책을 원래 있던 자리게 꽂는걸 잘 못한다. --;;; 그리고 보통 자기 눈 높이에 맞는 곳에 두거나, 것도 아님 가로로 그져 빈 공간에 꽂아두기 정도만 한다. 그런 내 눈에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이고, 내 눈에 몹시 거슬리며, 결국 아이들에게 책망의 소리를 하거나 혼자 씩씩대며 다시 정리를 하게 만든다. 그런데 딱 저상황이다. 그저 내가 보기 좋게라고 생각했던 책꽂이 속의 질서는 그래서 그걸 보면서 평온함을 얻고자한 내 의도와 달리 결국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나를 더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지 않는가 말이다. 정리가 되지 않아도 아이들이 책을 보고 찾는 다는 사실에 좀 더 집중하고 초점을 두면 훨씬 즐거워질 수 있는 상황인데 되려 책 보는 아이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나의 책꽂이 질서다.
어느 구절하나 생각이 머물지 않는 것이 없어서 서평쓰기가 되려 어려운...ㅋㅋ 이 책은 처음 볼때, 또 다시 읽을때, 또 다음번에 읽을때마다 새로운 느낌과 새로운 생각들을 내게 던져주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말처럼 아무것도 아니나 아무엇도 아닌 무언가로 다가온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적어도 내게는 참 괜찮은 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덧, 제일 신기한건....마침 작가가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생긴 일인걸까? 아님 작가니까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걸까? 어쩜 각 나라마다, 그 지점지점마다 작가에 생각의 물음을, 생각을 꼬리를 던져주었는지 그저 신기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