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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사막이 필요하다 - 전세계 25개 사막을 홀로 건넌, 아킬 모저가 들려준 인생의 지혜와 감동의 기록
아킬 모저 지음, 배인섭 옮김 / 더숲 / 2013년 7월
평점 :
경에서 ‘광야’가 주는 의미는 시련, 고통 이런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내적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게도 광야라는 의미 자체가 메마른 땅, 불모지 이런 개념이 강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 나를 돌아보는 시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줄 거란 생각도 있다. 그럼 나는 그 광야를 거쳐 지금 여기에 있는 걸까? 그건 아닌 거 같다. 안타깝게도...아마도 나는 지금 광야 그 속을 걸어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광야의 이미지로 가장 적합 한 게 지금의 사막정도가 되지 않을까싶은데 그 광야, 그 전 세계의 사막을 혼자서 건넜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을 사막을 건너기 시작했을까? 도대체 사막에 무엇이 있길 래 하나도 아니고, 한 번도 아니라 여러 번 사막으로 다시 가게 되었을까? 내가 죽을 때까지 사막에 갈 기회가 한번이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생각만 해도 두려운 곳이 사막이다. 나무도 풀도 없이 오로지 모래언덕만 즐비 한 곳, 몇 시간을 걸어도, 며칠을 걸어도 사람 한명 동물 한 마리 못 만날 수도 있는 그 곳. 오로지 나 자신과 대면하면서 지내야할 그 시간을 저자는 어떻게 가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을 얻었길 래 사막에 또 가고 또 가는 걸까..
‘그때 나는 그 순간의 느낌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머리는 맑았고 모든 것은 밝고 청명했다. 모든 것을 내던진 느낌, 모든 것을 저들 뜻대로 내버려둔 느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느낌,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시작하는 느낌......
바로 이 것 때문에 저자는 자꾸만 사막에 가게 되지 않았을까? 세계에 사막이 25개나 있다는 것도 놀랍고(아마 더 있겠지?) 그 25개의 사막은 몇 십 년동안 다녀왔다는 저자도 너무 놀라운 사람이다. 게다가 결혼도 했다는...아들과 사막을 함께 여행하기도 했다. 나의 직업에 대한 생각은 늘 비슷한 업무, 비슷한 일과 아침에 출근 밤에 퇴근 뭐 이런식이라서 여행가라는 직업이 참 낮설고 이 규칙적이지 않은 삶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기르고 이런 것들이 좀 낯설기는 하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배낭에는 꼭 필요한 것만 들어 있다. 사막 트래킹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 등에 전해지는 무게의 대부분은 물이다. 12리터를 지니고 있다. 그밖에 나는 식수를 채울 수 있는 장소를 여럿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에서 내 삶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물을 아끼는 것이다. 사막에서 제한된 양의 물을 가지고 여러 날을 지내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만족과 포기다.
우리가 가장 쉽게 잊고 있는 건 우리가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걸 잊고 자꾸 더 가지려고한다. 꼭 필요한만큼 갖고, 그것을 적절하게 쓰는 것. 배낭은 내가 짊어지고가야할 무게를 의미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로 할 수는 없다. 꼭 필요한 만큼 가지고 꼭 필요할 때 적절하게쓰고, 아껴써야한다. 삶의 대부분의 것들도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을까?
‘음...아빠, 여기 이 위는 완전히 다른 고요의 세상이예요. 어쩐지 고요한 것보다 더 고요한 느낌’
아이의 표현을 듣고 이게 정말 내 아들이 한 말인가 하고 저자는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도 사막을 지나면 이렇게 생각하고 생각하는 시간들을 통해서 자신을 마주하게 되고, 그렇게 내면의 성장을 하게 되었나보다.
저자가 우리에게 사막여행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앞서 말한 광야 속에서의 시간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약이 되었는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황망하기만 하는 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기회가 된다는 말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