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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p.53
유선,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normal people’(보통사람들)이라고 표현하지 말아야지. 이런 식으로 한다면 너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은 뭐라고 불러? ‘보통’의 반대말은 ‘이상한(abnormal)'사람인데 너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잖아?“
그렇다. 장애인들이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특히 그들이 원해서 장애인이 된 것도 아닌데 우리의 시선은 편안하지 못하다. 받아들이는 사람들 보는 사람도 서로 불편한 장애인에 대한 시선. 그걸 평생 받아내고 있는 장유선. 장유선님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멋지다’, ‘잘했다’하고 칭찬받을만한 일을 하고 있는데 뇌성마비라는 장애까지 안고 있기 때문에 더 유명하고 주목을 받는 거다. 그것에 대해 본인은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한다. 자기는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생활하고 있을뿐인데 왜 주목을 받아야하는가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런 주목들에 대해 불편하지만 자신이 발표를 하고, 책을 쓰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 자신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변화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p.22
하지만 나는 이러한 유혹들을 매번 안간힘을 쓰며 물리친다. 한 번쯤은 괜찮다고 나태해지기 시작하면 모르는 사이 습관이 되어 얼마 안 가서는 ‘그래, 이런 사소한 실수 따위는 신경 안 써도 돼’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 번쯤의 괜찮다가 나중에는 당연한 게 되는 경우는 우리에게(나에게??) 종종 있는 일이다. 이쯤이야 괜찮겠지, 이번 한번 뿐인데 뭘, 이번만...이런 생각들이 우리의 잘못된 습관의 시작이고, 우리가 어떤 계획에서 실패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걸 사전에 막아버리는 그것도 ‘매번 안간힘을 쓰며 물리치는’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p.47
우리 주변에는 수만은 편
나는 타인의 시선에 자주 흔들리는 스타일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지만 참 잘 안 된다. 하다못해 물건을 살 때도 내가 편한 것을 찾는 게 아니라 남들 보기에 괜찮은 것을 고르기도 한다. --; 이것에 대해 남편은 답답해하고 자주 조언해준다. 근데 문제는 그때뿐이라는 거...내가 무엇을 원하고, 그걸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정말 중요한데 왜 나는 남만 생각하는 걸까? 남이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남이 대신 내 것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물건을 쓸 내가, 그 일을 할 내가 중요한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두고 어리석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정말 부끄럽단 생각이 든다.
p.54
가까이에 나를
내 주변을 둘러보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걸 잊어버리면 혼자 고군부투하다 보면 쉽게 우울해진다. 더 힘이 빠지는 것.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내 우월함을 확인하거나 반대로 더 낙심하는 것은 그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 비교를 하지말고 내 안에서 내가 가진 것으로 행복을 찾아야한다는 걸 잘 안면서도 참 잘 안 되는 일 중의 하나.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면 잘난 모습 때문에 내가 초라하고 나보다 못난 사람 보면 어찌 해주지는 못하는데 마음이 쓰여서 불편하고 그런 거 같다. 나도 결혼을 하고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 한명 생겼다는 것에 너무 좋다. 나랑 삶을 마주 대하는 스타일이 다른 남편의 응원은 참 힘이 되기 때문.
p. 114
내게 강의를 듣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유머감각이 아닐까 싶다. 난 곧잘 썰렁해지는 스타일이고, 웃긴 얘기를 할 때도 듣는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이 웃는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삶 안에서 유머를 찾으려고 좀 더 유쾌하게 상황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아직 내가 웃음을 전염 시켜 줄 정도의 수준은 안 되지만 부단히 노력하려는 부분 중의 하나. 장유선님은 그런 재능을 나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될 만큼 타고났다니 참 부럽다.
p.123
지금 생각하면 어린 쥐방울
도망쳐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맞서기보다는 움츠러드는게 사람인데...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시작이 다른다보다. >.<
p. 177
어떤 분들은 종종
욕심 아닐까? 물론 하나 넘으면 또 하나의 넘어야할 고지가 있는게 세상사는 이치이지만....적어도 장유선님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또다른 고지를 향해 가는 것이니까
p.233
일반 주차장이 꽉
장애인 주차장에 대한 이야기는 한편으로 그 생각에 대단하다 하는 공감이 가면서도 또 한편으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글에서도 말했지만 비어있는 경우가 많으니까..불편하지 않은 게 아닌데 그럴 필요가 있는가하는 것이다. 가령 겨울에 특히 미끄러지기 쉽다하였으니 장애인 주차증을 받아두어도 아무 때나 쓰지 말고 정말 필요 할 때만 쓰면 되지 않나 싶었다. 평소는 원래 하던데로 다른 곳에 대고 겨울같이 미끄럽고 눈올때는 말이다.
p. 250
내 이야기가 장애와 싸워온
그렇다 장유선님의 글은 장애와 싸워온 치열한 삶의 기록보다는 견딜만했다는 느낌이 좀 강했다. 정유선님이 시종일관 얘기하는 ‘나도 하니까 너도 할 수 있어’이란 말이 약간 반감되는 이유가 그땐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멋지다, 잘했다 칭찬받을만한 일을 하고 있는데 장애가 특별한게 아니야..라고 하니까 말이다. .
내가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정유선이라는 사람이 겪어온 힘든 시간들에 대한 탐구였을 수도 있다. 근데 내가 여기서 발견한 것은 그런 순간들은 ‘힘들었었다’였고 그 외의 이야기들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안전성상에서 뒤를 되돌아보니 이런저런 순간들이 있었다 정도의 강도로 느껴졌다. (좀 다르게 표현하자면 견딜 만 했다의 강도랄까?) 물론 되돌아보면 다 추억이고, 힘들었다는 느낌만 남을 수도 있지만 무튼 전반적인 강도가 약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