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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실제 우리가 속고있는, 농락당하고 있는 가격의 세계는 어떤걸까?
가격만큼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상대를 휘젓고 있는 것은 드물거 같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이윤을 내야하는 경제 법칙 때문에 말이다.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서 먹다가 깜짝 놀란적이 있다. 내가 빨리 먹었나? 왜이렇게 양이 줄었지? 이런 생각을 하며 살펴보니, 봉지 크기는 그대로인데 양만 줄어든 것이였다. 박스형의 과자도 예전에는 전체가 한 봉지안에 들어 있었는데 요즘은 나누어서 들어있다. 또, 최근 가장 크게 맘 상한(?)서른한살아이스크림가게는 가격이 같은 대신 아이스크림컵의 용량이 너무 많이 줄었다. 이건 정말 심하잖아 싶지만...딱히 하소연할 수 있는데는 없다. 안먹고 말지가 될뿐...정말 잔머리 대왕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 나 말고 다들 느껴본 것이겠지?
책은 그 것에 관해 내게 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부피를 줄이고 있는지, 왜 과자 봉지나 겉모양이 일정한 간격으로 변화되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요사이 나는 물건을 살 때 자꾸 속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얼마전부터 100g당 가격을 꼭 확인하고 물건을 사고, 세일이라고해서 무조건사는 버릇을 고치고 있는 중이다. 내가 필요한건 200g의 버섯 2000원어치인데 세일이라고 400g의 버섯을 3000원에 산다면 그건 싸게 산게 아니란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결국 다 쓰지 않고 버리게 되는 경우는 정말 낭비가 맞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100g 당의 가격을 확인하지 않으면 싼 가격에 샀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가격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핫도그를 사려고 했는데 세일해서 5800원짜리를 4600원에 팔고 있었다. 오~ 세일이군~ 했는데 왠걸...옆에 세일하지 않고 있는 핫도그에 비해서 포장은 그럴듯했지만 100g당의 가격이 더 비쌌다. 세일을 한 가격마져도 말이다..
'가격은 없다'는 나의 이런 일상생활에 대해, 그 동안 별 생각없이 물건을 사고 고르던 내 생각에 경종을 울려주었다.
다만....앞쪽에 장황하게(?)나오는 심리학용어 설명들에 기가 잔뜩 죽어서 '어렵다...어렵군'하면 봤지만 말이다.
p. 137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케빈 스페이시는 이렇게 말했다.
"악마의 가장 훌륭한 속임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한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앵커링 효과에 농락당하고 있었을까?
난 물건을 싸게 샀어하는 생각으로 잠시나마 뿌듯했는데 가볍게 속아준것일뿐이다.
나는 알레의 역설이나 프로스펙트 이론 등 책에서 제시된 여러심리적 설정들에 대해서 비교적 일정한 논리로 답을 하는 편이었는데(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상반된 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러가지 심리적인 부분들에 영향을 받은 때문일것이다. 나 역시 책을 읽는 동안의 대답은 논리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생활에서 영향받지 않고 있다고는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세일한다면 솔깃하고, 물건하나 덤으로 더 준다면 눈이 가니까 말이다.
심지어 적립카드도 내 소비패턴을 알려주고, 가격변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데 묘한 두려움을 느꼈다.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조정 말이다.
p.243 가격을 '최적화'한다는 말은 보통은 가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이용해야 본적이 되는지를 모르는 것은 점차 포스트모던한 조건이 되고 있다. SKP에 따르면 가격 설정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소비자의 관심이 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기업은 바로 이점을 백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건 없다.
소비자가 파악할 수 없게 그저 싸게 샀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나도 흔히 속도 있고, 누구나 흔히 그렇게 알고 있는 가격에 대해서 책은 좀 더 경종을 울려준다.
현명하고 신중한 소비자가 되라고... 쉽게 넘어가지 말라고...
근데 이렇게 다 꼼꼼히 따지고 물건을 사려면 무지 피곤할것 같다. 아마 이런 생각때문에 자꾸 가격은 올라가고 내가 받는 혜택은 줄어드는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