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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38가지 기술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성욱 옮김 / 원앤원북스 / 2024년 1월
평점 :
나는 내가 말을 잘 했으면 좋겠고 잘하고 싶다.
그러나 기질이 소심한 나는 웬만큼 익숙한 대상들이 있는 곳이 아니면 그렇게 큰 소리로 얘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에 나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논쟁보다 이렇게 - 생각이 시나브로 길들여지는게 더 큰 문제인 걸 깨달았다. 그러나 상대의 생각에서 내가 벗어날 수 있다는 점으로 볼 때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는 방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집중해서 책을 보았다.
일단 마지막 장을 넘기며 든 생각은 상당히 거칠구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좀 억지 아닌가? 논리도 없고 막무가내인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고 해야할까?^^; 토론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와의 조율 보다는 무조건 이기는데 의의가 있다고나 할까? 음... 그러니까 좀 세련되게 내 의견을 피력하고, 그 말들이 모여서 은연중에라도 상대의 생각에 내 의견이 반영되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토론이라 여겼는데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더욱이 옳고 그름없이 이기기만을 위한 방법이니 때론 비겁할 수도 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니 내게는 그닥 탐탁하지 않는 얘기들이었다.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인 존재로서 인간이 진리를 찾기 위해 고독하게 숙고할 때 논리학을 이용한다. 이에 반해 토론술은 두 명의 이성적인 사람들이 똑같은 테마를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일어나는 논쟁, 즉 정신적인 싸움을 주로 다룬다. ....중략....이제 상대방의 반증이 아무리 올바르고 근거가 충분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겉보기에만 그렇고 논쟁을 벌여나가는 과정에서 이것을 뒤집을 또 다른 논거나 다른 관점에서 우리 주장의 진실성을 증명해 줄 논거가 떠오를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싸워야 한다는 원칙이 생긴다.
세상에나~ 토론은 싸움 그 잡채라는 말이구만. 그리고 무조건 이겨야하는 거라니!
비겁한 방법들은 생각 그 이상으로 허를 찌르는데... 확대해석해서 상대의 말을 비틀고, 거짓된 전제를 사용해서 상대가 넘어가게 만들거나 상반되는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제시해서 상대방을 궁지로 몰라고도 한다. 상대방을 화나게도 하고 뻔뻔스런 태도를 취하면서 서둘러 결론을 이끌어내서 상대가 실수하게 만들고 상대에게 질 것 같으면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리라고도 한다. 의미없는 말들을 폭포수처럼 쏟아내고, 상대가 너무나 우월하면 인신공격까지 감행하라니.........
그간 내가 들어 온 쇼펜하우어의 명성에 비해 매우 실망스러었다. 이런 생각과 태도를 가진 사람을 너무 멋진 철학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내가 지나치게 도덕적 관념이 투철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글쎄다. 무조건 토론에서 이기겠다는 그거 말고는 더 볼 것도 없달까?
나랑은 너무~~~~~~~~~~ 안 맞는, 실망스러운 압도적으로 토론에서 이기는 방법이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