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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 일본에서 찾은 소비 비즈니스 트렌드 5 ㅣ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정희선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나는 꽤 오랜 시간 글쓰기 활동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긴 글을 쓰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글호흡이 짧다보니 자주 처음 쓰려던 말과 마무리하는 부분이 아귀가 맞지 않아서 글을 쓰고나서 맥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책을 읽다가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어쩜 정보들을 이렇게 잘 정리하여 생각을 펼쳤을까?' 하는 점인 경우가 많다. 달리 작가이겠냐만은...그래도 이런 능력은 상당하다고 생각되며, 이 책 역시 그런 연유에서 잘 쓴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소비 트렌드를 아주 정확하게 꿰뚫고 있고, 어떤 부분이 왜 발생한 것인지, 앞으로 예상되는 것은 어떤 점인지를 매우 가독성 있게 잘 구성하여 써 주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겼구나, 아, 어쩌면 한국의 소비 패턴의 변화도 이렇게 변화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 사람들 같이 느껴지는 Z세대들은 정말 나와는 다른 소비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그때문에 물건보다는 경험을 중시하고, 즐거움과 체험을 더 중이 여겨서 평소는 짠순이 짠돌이더라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물건이나 무언가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세대라는 걸 알게되었지만, 그렇다면 만날 내게 얻어 먹는 건 내가 그들이 지갑을 열 가치가 없는 존재라서란 생각이 들어서 급 서글프고, 이제는 굳이 이런 호구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년층에 대한 소비에 관한 것에서도 나온 하루메쿠 잡지 이야기는 상당히 인상 깊었다. 하루메쿠 잡지가 고객층을 시니어, 고령층으로 단정지어 기사의 구성을 제한하지 않고, 50대 이상의 여성 그러니까 여성잡지로서의 개념을 바탕으로 시니어 잡지가 가지는 편향성(연금, 건강 등의 주제에 한정되는)을 떨친 것은 매우 참신한 발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독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시니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한해서 시니어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지만 여성지 다운 기획을 한다는 발상이 진정한 하루메쿠 잡지의 성공비결이구나 싶었다. 가령 잡지에서 자주 다루는 콘텐츠인 '정리 기술' 혹는 '물건 잘 버리는 법'에 관한 기획 기사를 구성하는 과정에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분석하여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것'과 '물건을 버리는 것'의 두 단 계 사이에 실제로 하나의 단계가 더( 버리는 결심을 하는 것)있다는 것을 발견하다니... 이것은 결국 독자들의 니즈를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한 덕분에 성공한 것이리라. 당장 나만해도 '버리는 결심을 하는 것' 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데 내가 헌옷수거업체에 헌옷을 내려고 맘 먹었던게 올초였지만 부끄럽게도 아직도 그 헌옷들이 우리집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버리는 결심을 기어코 다시 해서 해 넘기기 전에 비워내야겠단 마음을 다시 먹었다.
다른 챕터들도 인공지능이 개발하는 물품이나 로봇이 등장하는 식당 반려 로봇 등이 이제는 점점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풍경이나 친환경 제품들, 정말 딱 정확한 분석력으로 소비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나는 루틴화된 일상에 익숙한 사람이고,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편의 시각을 갖고 있어서 일본의 전반적인 소비패턴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정말 신기했고, 이렇게 잘 읽혀지게 생각을 정리해서 쓸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이 대단하다 싶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비해 30년 정도 앞서 있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령화시대, 경제활동 감소 등이 일본의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서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덜 문제되게 참고하여 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