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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평점 :
읽으면서 여기 나오는 영국 음식들이 다~ 먹어보고 싶어졌다. 만일 영화로 나온다면 대리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띠지에 보니 'TV드라마 제작확정'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네. 꼭 봐야지. 한식이 아니라서 들어본건 그나마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외 음식들은 상상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아쉬웠다. 다 먹고싶은데 말이다. 그렇다고 레시피인건 아니라서 내가 만들어볼 수도 없고, 설령 레시피처럼 자세하다고 해도 보지도 않고, 먹어본적도 없는 음식을 상상으로만 만든다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아주 많이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을 보고, 맛보고 싶어졌다.
아...그럴려면 영국으로 여행을 가야하려나. 일라이저의 집같은 가정식 하숙집에서 머물면서...
일라이저의 이야기와 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같은 일의 다른 두시선과 전혀 다른 세계에 있던 서로가 점점 더 합이 맞아가는 상황의 전개도 재미를 더한다. 일라이저의 숨은 사연도, 앤과의 요리책을 펴내는 일도 모두 흥미롭다. 처음에는 이 전개방식이 낯설었는데 한권으로 두권을 읽은 느낌이랄까? 요리책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에 가깝지, 레시피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지영의 딸에게주는 레시피같이 책을 보고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다. 아무튼 책에도 나오지만 맛이 없다고하는 영국식 요리가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국 가정식 요리가 무척 기대되게 만드는 책이다. 앞으로 먹어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주방에 혼자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빠르게 미끄러지듯 밀려든다. 그리고 달걀을 휘저으면서, 레시피에 따르는 과정을 시를 쓰는 과저엥 비유하게 된다. 과일, 허브, 향신료, 달걀, 크림. 이것들은 어휘이고, 그것을 섞어 미각을 즐겁게 할 만한 걸 만들어야 횐다. 시가 독자의 귀에 내려앉아 매혹하거나 감동을 줘야 되듯이. 시인이 어휘들에서 시상과 의미를 끌어내듯. 난 식재료에서 풍미를 끌어내야 한다. 그런 다음 글쓰기 자체가 있다. 시처럼 레시피는 간결하고 정확하고 정연해야 된다. 산만하거나 늘어지거나 부정확하면 안 된다. 그런데 지금 내가 따르고 있는 레시피는 최악의 시와 비슷하다. 질척대고 지리멸렬하고, 중구난방이다.
난 계량에 특히 신경 쓰거든. 매사 정리되고 정확해야 해. 그래야 생활이 혼란스럽지 않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앤?
레시피도 시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용하면서 아름다울 수 있다. 지시를 쏟아내는 품위 없는 목록일 필요가 없다. 질 좋은 건강한 하얀 간을 준비해서...향긋한 식초와 양파 한 조각으로 밤새 재우고 위에 풍미 있는 허브 가지들을 올려서...투명한 불꽃에서 굽는다....
당신 때문이요. 일라이저, 일라이저라고 불러도 되겠소?
그 외에 아내에게 뭘 더 원하시나요? 제 말은 아내가 얼마나 자유를 누리게 되는지? 그가 찡그리며 말한다. "안주인이야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될 거요. 물론 '아르놋 향신료 회사'의 체면만 손상하지 않는다면."....중략... "아침에 말씀드릴게요." 내가 말한다. 하지만 손을 뺴지 않는다. 느낌이 좋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멍하다. 말뜻을 못 알아듣는다. 왜 항상 책 이야기를 하면서 마님을 포함시킬까? 오늘만 해도 마님은 자리에 누웠는데, 미스 일라이저는 '우리'운운한다. 하지만 마님이 '책'을 달가워하지 않느 ㄴ것은 나까지도 알 수 있다.
레이디 몬테피오레와의 우정이 나날이 피어나서, 이별할 생각을 하면 쓸쓸하다.
요리책을 수재너에게 헌정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보다이크 하우스에 돌아와 가정 요리를 꺼낸다. '저자의 친딸'을 위해 집필했다는 소개가 당당하게 적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