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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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알레르기'라는 새로운 관점 제시가 매우 신선한 책이었다.

매년 계절이 바뀔때 계절성알레르기를 겪는 나는 콧물이 비오듯 흘러내림을 자주 경험한다. 그러나 알레르기는 완치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고 하니 앞으로 동반자처럼 되도록이면 덜 불편하게 사이좋게 지내야겠다고 맘 먹었더랬다. 약먹는것 불편하게 여기지 말고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먹고 편하게 살기, 그게 내 계절성 알레르기에 대한 내 결론이었다.

이런 알레르기가 인간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세상에나 그러면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는거네. 얼른 약을 찾아야겠다. 얼른. 다들 알다시피 알레르기는 나를 지키기 위한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고통스러운 증상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 속에서,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고 살아야하는 인간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면 약을 찾아서 적응(?)하고 데리고 살아야겠다 싶었다.

인간 알레르기의 원인은 면역체계 오류와 비슷하다.

인간이 인간을 혐오하고 거부하는 마음의 메커니즘을 인간 알레르기라고 정의 하겠다. 우리 몸에서 면역 반응이 과도하여 없앨 필요가 없는데도 이물질로 인식해버리고 나서 철절하게 공격을 가하고 제거하는 알레르기 반응이 마음에도 동일하게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의 몸에는 자연적인 면역체계( 수면이나 꿈, 망각, 투쟁 도피 반응)와 진화한 면역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 체험을 통해 학습한 획득 면역을 통해서 면역을 만들어 내기는 한다. 그래서 인간 알레르기도 처음 항원과 마주쳤을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 마주칠 때 알레르기 반응이 더 강해진다. 또, 그전까지는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았지만 접촉을 반복하는 사이에 이물질로 인식하게 되는 '감작'의 단계를 거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가령 마음이 약해졌을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쾌한 생각이나 고통을 맛보면 지금까지 무해했던 존재가 안전을 위협하는 이물질로 인식되어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물질의 기준은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람인지 여부'와 ' 상식과 규칙을 공유할 수 있느냐의 여부' 와 ' 관심사와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인간 알레르기는 이런 기준에 따라서 이물질로 인식하게 되고 어느 순간분터 매우 불편한 존재가 된다.

가장 좋은 것은 미리 인간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손 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안정된 애착'이다. 이 안정된 애착은 어떤 부정적 경험에 대해서 과도한 이물 반응을 잘 억제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미 나는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시기가 지났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좋은 것은 부모, 엄마와의 안정된 애착 형성이겠지만 새로 만나고 오랜 세월을 같은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극복해내가는 것도 안정된 애착을 키우는 방법이겠구나 싶다.

안타깝게도 인간 알레르기는 전염성이 있다. 작은 위화감이나 불쾌감이 싹튼 단계에서는 심리적 감작이 일어나 상대방을 이물질로 인식함과 동시에 항체도 생긴다. 그리고 어떤 부분적인 특징이 기존에 이물질로 판단했던 것과 비슷하면 알레르기 증세가 나오게도 된다.

애착은 '면역관용'과 흡사한데, 자기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몸 안에 있던 것에는 면역관용이 생겨나 이물질로 제저하려는 면역 반응이 억제되듯이, 어린 시절 양육자와 안정된 애착 관계를 형성한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버팀목이 돼주는 동료를 가족으로 받아드린다. 한편 자신한테 해를 끼치는 두려운 존재에게는 적절한 거리를 두거나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아....아무래도 답은 애착인가? 애착은 부드러운 신체접촉과 적절한 반응을 통해서 긍적적으로 형성되니 이런 긍정경험을 자꾸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동료한테 인정받고 싶다거나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하고 말했다. 본인도 이해했는지 나중에 "그 후로 눈치를 보거나 친해지려고 애쓰는 걸 그만두었어요.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무척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하고 이야기 해주었다.

앗! 내 얘기잖아. 나는 '불안형 애착 성향'를 갖고 있었구나. 나는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의 사람이었는데 오랜 부정적 관계에서 놓여지면서 마음을 다치고 힘이 많이 들었었다. 그런 중에도 나는 그나마 엄마와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을 거다. 다만...워낙 긴 시간의 힘듬이 점점 나를 이렇게 변화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알레르기가 일어나기 쉬운 체질, 상태로 변화된 것이다. 처음보다 더 민감하게 나를 보호하기 위한 상태로 반응하고 있을 것이고, 생각도 더 그렇게 이어졌겠구나 싶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타인과 관계맺고 싶어하며, 혹 상처 받아 주저 앉아있다가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그래. 나도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인간알레르기를 해소할 방법은 있다. 뭐,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안되는건 아니니까 그것만 해도 얼마나 좋은가.

먼저, 이물질을 분해해야 한다. 한번 알레르기 체질이 되면 평생 계속되는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음식물 알레르기 같은 것은 극복할 수 있는 알레르기이다. 어떻게? 유아기에서 나타났다가 성인이 되면서 위장의 소화 기능이 발발하고 음식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증가하면서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 등을 가늘게 부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내가 거북해하는 사람의 이물성은 본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나 고통을 받음으로써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된 결과로 상대의 인격에 대해서까지 거부 반응이 일어난 것이므로 이 거부반응을 없애려면 발단이 된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체험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고 무해한 수준이 될 때까지 분해해야 한다고 한다. 가령 수면을 통해서 상처의 회복 과정을 가지는 것도 좋고, 감정을 표현하고 말함으로써 분해 소화의 과정을 진행하는 것도 좋다. 울고 화내고 억울해하다가 항의하고 한탄해서 감정과 기분을 모조리 털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공유해야한다. 끝으로 괴로운 체험과 그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상처를 입힌 존재나 그 행위를 제대로 해석하고, '나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과민 반응을 막는 것도 필요한데, 사실과 추측을 구별하고(우리는 표정이나 태도 분위기를 사실로 착각하기 쉬운데 여기에는 다분히 보는 사람의 추측이 포함되어 있다) 확대해석을 멈추어야 한다. 신경과민은 주변의 시선이나 목소리 같은 것에도 민감해지며, 그것을 필요 이상으로 자신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는 '자의식 과잉'상태를 만든다. 이런 과정이 점점 부정적으로 받아들게 만드므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억제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들은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라며 자신을 타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인간 알레르기가 생기려고 한다면, 지금 일어나는 거부 반응이 자신의 과민 반응 때문인지, 아니면 본질적인 가치관과 생활 방식이 도저히 맞지 않는 것인지를 파악 후 전자의 경우 상대가 바뀌어도 또 다시 똑같은 일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점을 극복해야하며, 후자라면 참지 말고 거리를 두어야 한다.

또, '안전 기치'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정된 애착 관계는 안전기지로서 기능을 하는데 이 안전 기지는 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고, 원할 때 손을 뻗어주는 따뜻한 어머니 같은 존재로 다정하고 보살핌을 주는 존재다. 내 스스로와 신뢰 관계를 쌓고, 동시에 버팀목이 되어줄 만한 사람에게 협조를 구해 그 사람과도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안전 기지가 확보되면 애착 관계가 좋아지고, 사소한 일에도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관대해지며, 과민함이 누그러지고 상처받는 일도 준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경감됨에 따라 문제도 줄어든다.

알레르기 극복법 중 '탈감작 요법'이 있는데 항원을 조금씩 주사하거나 먹음으로써 항원에 대한 탈감작(항원으로 여기고 이물로 인식하지 않아 알레르기 상태를 벗어나는 것)을 유도하는 방법을 일간 알레르기에도 적용해서 타인과 접촉하는 동안 이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고, 자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만한 체험을 통해 다른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 마음 편한 곳에서만 타인과 어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간은 변하는 존재로 인간 알레르기도 오랜 시간이 지나거나 성숙해지면 이물성을 잃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늙고 약해지면 과거의 원한은 어딘가로 사라져, 멀리하며 싫어했던 사람을 오히려 사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물성이 변화해 독성이 없어지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사라지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인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조차도 시간이 지나 성숙해지면 인간 알레르기를 극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나도 그 극복 사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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