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스프 리플렉스
김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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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만 소설을 쓴다고 한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 물음은 무엇일까?

오래 사는 것 그것이 좋으냐고, 그래야만 하냐고

로봇처럼 몸의 장기를 하나하나 교체해가면서 더 오래오래 사는게 좋으냐고,

노인들만 많은, 노인들을 위한 그런 세상이 오기는 하겠냐고,

그렇게 노인들만을 위한 세상이 오면 그때의 젊은이들은 어쩌냐고..

아마도 이런 의문들이 작가의 머릿속 세상이 되어 이 책으로 나온 것 일거다.

이미 인구절벽을 넘어선 우리 나라의 머지 않은 미래이야기 일 수도 있다. 국민연금 논의가 나올 때 마다 현재 그 국민연금을 채우고 있는 일하는 사람인 나는 좀 심기가 불편하다. 국민연금은 내 노년의 어느 날을 위한 지금의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 노년인 어떤 누군가를 위한 것이고, 정작 내가 그 국민연금을 받을 때는 과연 받을 수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드니까. 점점 노년층은 많아지고(물론 나도 그곳으로 가고 있다) 경제활동을 할 젊은층은 줄어들면서 어디까지를 노인이라고 정의하고 어디까지 일하는 사람과 대접받는 노인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노년기에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쉬면서 마지막까지 삶을 즐기면서 살 수 있을까? 몇 살까지 살면 만족스럽게 살았다고 하게 될까? 건강하지 않은 삶은 노년층이든 청년층이든 중년층이든 모두에게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자신의 장기를 하나하나 기계장치로 교체해서 삶을 유지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렇게 교체하다 나중에는 뇌까지 교체하면 그건 그 자신이 맞을까 아닐까?

왠지 그럴 것 같았다. 최회장이 죽음에는 왠지 필립이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조금씩 조금씩 사건의 실마리를 알려주는 감질맛 나는 재미가 있었지만, 객관적입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전개되는 사건을 보면서 난 좀 서글펐다. 저렇게라도 살아야하나? '인조인간'이라는 말이 계속 떠 올랐다. 마이걸이 되는 삶을 선택한 젊은 안나도 그렇고, 필립이나 인우가 결국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피붙이 마져 죽음으로 밀어 넣게 만든 그 원동력이 단지 오래 살고자 하는 욕심때문인가, 더 누리고 싶다하는 욕심때문인지도 헷갈렸다.

  • 지금까지 이런 세상은 없었단 말이지. 다 같이 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열심히 일한 자 이제 쉬어도 된다는 거지. 그 녀석들 말대로 전 국민 기본 소득으로 했어 봐.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놀자 판이 되었을 거잖아.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해야지. 누가 지들 보고 돈을 많이 벌래? 쟁여놓으래? 그저 열심히 일하라는 거지. 그래야 노년을 즐길 자격이 생기는 거야.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지. 젊어서 고생했다고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준 때가 있었나? 지금은 젊었을 떄 돈을 벌어 쌓아놓지 못해도 누구나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해주니 얼마나 좋아.

  • 어쨌든 젊은 사람들이 불쌍해. 나는 사실 요즘 버스 타는 것도 미안해. 젊은 사람들한테. 우리가 하는 게 뭐 있나? 맨날 먹고 놀면서 시간 보내는 거잖아. 다들 뒤늦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내가 냅네.'하고 있잖아. 돈 한푼 안 내면서 버스도 타고, 강의도 듣고, 놀러 다니고, 매달 통장에 돈도 들어오고. 그거 다 젊은 사람들이 낸 세금이잖아. 염치없이 받아먹기만 하는 것 같아서 영 맘이 편치 않아. 이러자고 늙은 것은 아닌데 말이야.

  • 말하고 싶었다. 이 일은 이렇게 할 것이고 저것은 저렇게 처리할 것입니다. 듣고 싶었다. 나무 아래 만식의 대답을. 해답은 네가 알지. 나는 들어주기만 할 뿐이지. 만식은 생전에 이렇게 말해준 적 한 번도 없었다. 필립이 늦은 퇴근을 하는 날이면 소나무는 회사를 나서는 필립의 등 뒤로 선선한 바람을 불어주었다. 겨울이 오면 세찬 바람을 막아 줄 소나무였다. 필립은 소나무를 지나치며 혼잣말을 하곤 했다. 이제야 아버지로 오셨군요.

  • 아무튼 그 직원 가족들도 황망하기는 마찬가지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쪽 빈소에도 들릴 예정입니다. 어쨌든 우리 직원이었으니 잘 챙겨 보내야지요. 그게 마땅히 제가 할 일입니다. 누구나 마땅한 일을 하는 거지요.

나이가 드는건 피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도 , 나이가 든 그때도 나는 어떻게 사는게 가장 옳고 현명한 것일까? 나이들어서 겨우겨우 삶을 연명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부자로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고 모두 가난해야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어떤 세상을 작가가 이야기한다. 이미 지금 시작된지도 모르는 그런 세상을.. 요사이 많은 젊은 사람들은 3포세대로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 IMF가 왔을때도 젊은이로 살아가는 우리가 힘들었는데, 지금 젊은이는 더 힘들다고 한다. 이 오랜 시간동안 해결나지 않는 이 문제는 도대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이며, 과연 정답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덧, 왜 제목이 파악반사인걸까? 작가의 생각이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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