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시간 - 100곡으로 듣는 위안과 매혹의 역사
수전 톰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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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고 자라던 그 시절 딱 초등학교 들어갈 즈음 불었던 피아노 열풍. 그래서 나도 피아노를 조금 배웠더랬다. 학원갈 형편이 아니었는지 엄마는 이웃집 이모 중 한명에게 나의 피아노 수업을 맡기셨다. 나는 피아노 치는 게 좋았다. 그러나 이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시골로 이사 간 나는 더이상 피아노를 배울 수 없었다. 거긴 수업을 맡길 이웃집 이모도 피아노 학원도 없는 정말 시골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피아노는 그냥 나의 꿈의 취미가 되었다.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 엄마는 동생들도 쓸 겸 피아노를 사셨고, 거의 피아노를 잊고 살아는데 집에 피아노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칠 시간이 생겼고(그땐 뭐 유튜브 동영상으로 볼 수도 없는 때니가) 그런 반복의 과정 속에서 약간의 악보를 읽을 수 있었던 나는 주로 가요들로 피아노 치는 요령을 익혔다. (전문 지식 없이 곁눈으로 익혔다로 읽자) 그래서 체르니니, 소나티네니, 하농 이런 곡은 잘 모르고 일부 내가 연습했던 곡들만 피아노 치는 게 가능할 뿐이다. 음표나 단조, 올림활, 반올림 이런게 나오면 사실 악보읽기는 거의 불가(?)한것 같다. 그래서일까? 피아노는 늘 동경의 대상이다. 그리고 피아노로 연주된 클래식 곡들에 대해서도... 그러나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좋은 것 같은데 들어도 잘 모르겠다는 게 문제. 하지만 늘 부딪혀본다. 듣다보면 언젠가는 들리겠지 뭐 이런 마음으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거부감도 들고, 하지 않게 되기도 할테니 (스스로 잘 암.) 기회가 되면 접하는 것이다. 그 기회가 이 책으로 왔다.

아~ 두께감 보소. 살짝 벌써 기가 죽는다.

- 오늘날 피아니스트는 하프시코드 소리가 어땠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소리를 고려해 바흐 작품을 어떻게 연주할지 결정할 수 있다. .....하프시코드에서 레가토는 손가락 움직임으로만 만든다. 다른 손가락으로 다음 음을 누르기 전까지 지금 건반을 누르고 있는 손가락을 떼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금 건조하긴 해도 매끄럽게 음을 이을 수 있다. 현대 피아노로 연주하는 레가토와는 상당히 다르진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 울림이다.

- 아리아 자체가 악보에 다시 나와 있지 않아서 연주자는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는다. 다른 곡을 다 듣고 난 다음 다시 듣는 아리아는 처음과 다르게 들리는가?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게 아리아는 오히려 전체 구조의 끝에 배치된 든든한 버팀목처럼 느껴진다.

- 당시 시대악기로 18세기 작품을 연주해본 여러 피아니스트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어떤 연주자들은 당대 음악은 시대 악기로만 연주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어떤 연주자들은 원하는 대로 울림과 표현을 확장할 수 있는 피아노로 18세기 음악의 위대함을 한층 잘 드러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두 연주자가 한 대의 피아노를 함꼐 연주하는 연탄곡을 여럿 남겼지만 두 연주자가 두 대의 피아노를 각각 연주하는 듀오 곡은 단 한 곡만 썼다. 바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88>이다.

-슈베르트는 왜 새로운 작품을 아마추어 연주자는 물론이고 전문연주자에게도 쉽지 않은 형식으로 작곡했을까?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까. 아니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미래를 내다보며 작곡했던 것일까? 오늘날에도 이 <피아노 3중주 2번>은 연주하기에 벅차다. 여러 해 동안 연주회를 다녔지만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연주는 들어본 적이 없고 심지어 전문 연주자들의 연주도 드물었다. 슈베르트의 후기 작품 대부분은 그가 외면할 수 없는 이상주의적이고 창의적인 의무에 응답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여기에는 슈베르트가 베토벤의 후계자가 될 만하다고 여겨졌다는 점도 한몫했겠지만, 종종 슈베르트가 다른 세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팽의 피아노 음악은 비르투오소적 기교를 드러내고 연극적인 표현을 전달하는 수단이었지만 쇼팽 자신의 연주는 매우 섬세했다. 쇼팽은 연약한 사람이었고 그의 연주를 들은 청중들은 그가 '소프트'페달을 자주 사용해 울림을 줄여 종요하고 섬세하게 연주했다고 묘사했다....중략...오늘날 전문 연주자는 연주회를 년에 50~100회는 열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쇼팽이 평생 동안 대중 연주회를 고작 30회밖에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다.

-느린 악장인 '느리게, 내면의 느낌을 가지고'는 슈만의 가장 훌륭한 성취 중 하나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누가 주역이닞 내세우지 않고 애절한 듀엣을 펼친다. 피아노는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바이올린은 한발 물러나 마치 전체를 하나로 엮기에는 벅차다는 듯 조각난 악절을 슬프게 읊조린다. 영ㄹ 번째 마디에서 첼로가 들어온다. 여기서 슈만은 조심스럽게 천재적인 한 획을 긋는다. 위안을 주는 첼로 선율에 귀 기울이는 사이 슈만은 처음 바이올린 파트 열마디 전체를 피아노의 저음역에서 반복하며 대위법을 시작한다. 감상자에게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사실 나도 한동안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연주했음을 고백해야겠다. 그만큰 독창적인 부분을 고안하고서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내버려두는 것이 슈만의 특징인 듯한다.

책에서 바로 음악이 나오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유튜브가 있으니까...각 연주곡 제목 앞의 큐알코드를 찍으면 바로 음악들과 연결 된다. 저자가 알려주는 시간 흐름대로 음악을 연주곡을 들어도 좋고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아는 작곡가나 듣고 싶은 연대별로 정말 느낌따라 연주곡을 들으면서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더 좋다.

화면에서 향기가 나고, 책에서도 음악이 들려오는 그날까지...

나처럼 동경하지만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피아노 음악이 한결 가까워질 수 있는 책이다.

이 책만 1년 파면, 100곡이니까 삼일에 한곡씩정도 그러면 나도 좀 클래식, 피아노에 가까워지게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이참에 정말 한주 한곡씩으로 해볼까 싶네. 블로그에 남기면 저작권 이런거 땜에 안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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