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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 1 - 부익부 빈익빈 ㅣ 뱅크 1
김탁환 지음 / 살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뱅크
(부익부 빈익빈)
김탁환저자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이 책은 상당히 몰입도가 뛰어나다. 개인적으로 김훈작가의 책을 좋아하는데, 같은 남성작가라서 그런지 역사소설이라 그런지 느낌이 묘하게 비슷하다.
이 책은 사실에 근거한 팩션이다. 저자가 KAIST에서 교수직을 한 이력이 있는 저자는 조선의 개화 초기 문화에 역사, 그리고 당시 분위기에 대해 충분히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지식의 전달 통로로서도 뱅크는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뱅크가 몰입도가 뛰어난 이유는 스토리의 전개가 상당히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사건이 핵심인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스토리가 명확하여 통근길에 지하철에서도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외국소설들은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몇 번이나 전페이지로 돌아가서 읽어야 했는데, 뱅크는 아주 시원하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또는 드라마로 제작해도 상당한 인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니나 다를까 드라마화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나중에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뱅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장철호역에 누가 캐스팅이 될지도 관건이다. 박진태역에는 하정우가 떠오른다)
1편의 제목이 부익부 빈익빈인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열방에 대한 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일까?
뱅크는 19세기말 개화를 막 시작하는 격변의 시기인 조선을 배경으로 자본주의로 무장한 세계열강과 인천상인을 중심으로 한 토종자본의 치열한 경합을 소재로 삼은 역사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개성상인의 아들인 장철호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에서부터 알아본다고 나중에는 거물이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1권에서만큼은 철저한 비운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장철호의 라이벌 박진태, 스마트하고 매력적인 최인향까지 동갑내기인 3명이 주인공이다.
- 뱅크를 읽으면서 가장 감정이입이 많이 된 등장인물은 장철호이다. 어린나이에 부모를 읽고 천애고아가 된 것은 물론 부모의 죽음에 대한 책임까지 안고 살아온 젊은 청년, 난리 중에 하나뿐인 핏줄인 동생을 잃고, 악착같이 모아온 전 재산을 사기를 당하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철호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며 다른 사람의 탓을 하거나 핑계를 대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교육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리라.
- 반면에 철호와 비슷한 아픔들을 겪었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박진태의 모습도 상당히 공감이 갔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범인들은 그러한 시련 속에서 진태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가 쉬울 것이라고 때문이다. 나 또한 아마도 그러했으리라. 그래서 개인적으로 진태는 안타까운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장철호가 더욱 돋보이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돈과 은행을 다룬 (제목조차 뱅크인) 이 소설에 기대가 컸다. 돈에 관한 소설은 많지만 은행에 대한 소설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련직종 종사자로서 초창기 은행의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도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장훈은 아들을 호랑이처럼 기르고 싶었다. 가파른 비탈에서도 손을 내밀지 않았으며 이마가 터지고 발목이 빠어도 스스로 올라오기를 기대렸다. 철호도 처음엔 여느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마다 장훈은 사내 녀석이 웬 눈물바람이냐며 종아리를 매섭게 쳤고, 남편의 뜻을 꺽지 못하는 해주택은 멀찍이 서서 안타까운 표정만 지었다. 울음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소년은 눈물 대신 엉덩이와 무릎의 흙을 툭툭 털어내고 갈길을 갔다.
궁지로 몰릴 때 서책이나 웃어른에게서 보고 들은 한두 문장에 기대는 것은 철호가 고쳐야 할 버를시었다. 풍부한 현실을 두고 문장에 갇히지 마라.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지만 친구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며 평판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친구를 박대했다는 풍문이 돌면 송상 전체가 널 손가락질할 게다. 나라면 친구가 담보없이 왔다 해도 그가 원하는 돈을 해줬을 게다. 돈이 없으면 친구는 회생할 마지막 기회조차 잡지 못하니까. 그의 몰락이 영원히 내 탓으로 낙인찍힐지도 몰라. 넌 돈을 주고 평판을 얻는 게다. 처참하게 망해가는 친구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평판. 그거면 족해 철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