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 테마소설집 1
정대건 외 지음 / 읻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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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를 소재로 여섯 명의 작가가 쓴 여섯 편의 단편집. 


난 MBTI를 신뢰하거나 좋아하진 않는다. 여기까지 쓰니 ‘당신은 인티제인가요?’라고 묻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대건 작가의 작품에서 이런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티제는 MBTI를 믿지 않는다고. 그럼 난 답을 하지 않겠지. 역시 인티제인가? (사실 간이 검사는 I빼고 할 때마다 바뀐다. ) 


책을 읽기 전엔 MBTI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MBTI란게 작가의 말에도 나오지만 서로 알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물어보고 맞춰보고 하는 거니까. 소설은 결국 인간, 인간 관계의 이야기니까 어울리는 소재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첫번 째 단편 ‘디나이얼 인티제’다. 정대건 작가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고 이 단편도 작가의 전작처럼 대화가 자연스럽고, 현실과 맞닿아있으며 자연스럽다. 마흔을 앞둔 영화감독 경민은 소개팅을 하고 은주를 만난다. 은주는 MBTI 신봉자. 몇 번 만나다가 여행을 떠나 그 곳에서 다투게 되고… 경민은 5년 전에 헤어진 유정의 연락을 받는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가는 이야기는 경민의 웃음으로 끝이 난다. 우리는 서로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MBTI를 본다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 과연 그게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것만으로 우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마지막에 경민이 찾아본 꽃 이름처럼 비슷해 보여도 다 다른데. 그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말이다. 


표지부터 톡톡 뛰는 이 책은 작가 노트와 마지막 QnA까지 하나로 쭉 이어진 느낌이 맘에 들었다. 책을 많이 안 읽어본 친구에게도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가볍게 부담없이 읽고 싶은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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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텍스투라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노승영 옮김 / 읻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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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시집에 이어 유레카를 읽었다. 아니, 읽었다 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어려울 거라고 나름 각오하고 읽었는데도 어려웠다. 오 이문장 좋다 하면서 읽다가 또 어딘가 미지의 세계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니까 내 느낌이 아예 맞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내가 뭘 읽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앞부분을 보다가 옮긴이 말을 읽고 웃음이 터졌다. 앞 부분 보다가 여기로 오는게 당신만은 아닐 거다. 자신도 그랬다고. 그 말에 위로를 받으며 옮긴이 말을 읽으니 조금은 갈피를 잡을 수 있었다. 포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과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 시대에도 이 책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포가 주장이 현재 밝혀진 과학적 사실과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놀라운 건 분명하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문예지 창간 자금을 모으려고 자신이 강의한 걸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우주를 탐구하는 모습을 떠올리니 포가 안쓰럽고 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면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지니까. 우리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고, 그래서 우주를 보고 공부한 게 아닐까. 넓은 밤하늘 아래 포의 뒷 모습을 상상하며 이 책을 읽는다. 어렵지만 또 이런 책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문장을 만나기도 하니까. 포의 과학적인 발견과 시적인 우주 탐구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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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아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9
손서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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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 서포터즈로 매 달 청소년 소설을 만나고 있다. 이번 달 읽은 <유령 아이>는 처음엔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자꾸 곱씹게 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마이크는 시리아 내전으로 배를 타고 건너와  그리스 크레타에서 식당으로 관광객을 이끄는 호객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관광객 엠마를 만나 식당으로 안내하고 식사 뒤에 자신의 호텔로 가자며 마이크를 이끈다. 호텔 안 카페인 줄 알았던 마이크. 하지만 호텔은 허름하고 카페는 없다. 마이크는 엠마가 묵는 방에 따라 들어가는데…


관광지로 유명한 그리스 크레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작가를 모른다면 외국 소설이라고 느낄만큼 충분히 이국적이다. 시리아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열 다섯 살 마이크. 식당 웨이터 더 나아가 호텔에서도 일하고 싶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엠마와 방에서 벌어지는 일은 처음엔 충격적이었다. 왜? 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 후에 경찰이 식당에 마이크의 행방을 찾으러 오면서 소설은 환상 소설 또는 우화처럼 이야기가 전개된다. 


경찰이 마이크의 인상착의를 묻자 제대로 기억 못하는 식당 식구들. 마음 아팠다. 마이크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유령처럼 있는지도 모르게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다. 경찰이 공을 차는 걸 보면, 그게 바로 마이크 처지를 보여주는구나 생각했다. 이리저리 차이고, 있는 듯 없는 듯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는, 신경쓰지 않는다. 


작가는 전쟁으로 떠도는 불법이민자들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은 놀랍고 가능한 일인가? 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때로는 환상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보여주는게 소설이니까. 그래서 더 마음에 남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가 소설에 어떻게 들어오는지 궁금한 독자들과 환상적인 우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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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의 여자 - 뮤리얼 스파크 중단편선
뮤리얼 스파크 지음, 이연지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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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앉은 여자는 당차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갈 거야. ’ 선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리제 라는 여자는 뭔가 이상하다. 신경질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데.. 작가는 리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운전석의 여자>는 영국의 작가 뮤리얼 스파크의 중단편집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11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소개글 읽고 이 책이 끌렸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라 궁금했다. 

한 작가의 단편집은 단편들이 비슷한 얘기가 많아 헷갈리기도 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 하나 다 특색있고 재밌었다. 


표제작을 얘기하자면,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독자의 예상을 빗나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에 리제가 옷 사는 장면을 보면 리제의 성격이 드러난다. 그리고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주인공이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가며 무릎을 딱 치게 한다. 신경질적이고 거짓말도 하고 무엇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 여행지에 가서도 그는 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점점 미궁에 빠져간다. 심지어 초반에 이 여성이 죽는다는 걸 알려주기에 우리는 리제에게 접근하는 모든 남성들을 의심하며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모든 예상은 맞지 않고. 리제를 오해했다는 걸 알게 된다. 


주도권은 리제가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야 깨달으며 우리는 이 소설을 처음부터 되짚어본다. 서늘하면서 예리한 묘사. 대사도 곱씹어보며 의미를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다. 우리는 여자의 마지막 말에 놀라지만 살면서 누군가를 다 알 수 있을까. 서로 잘 모르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요즘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라. 이 작가를 알게 돼서 기쁘고,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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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습지 - 어느 유곽의 110년
이수영 지음 / 학고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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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페이지가 안되는 작은 책. 2023년은 이 책을 읽은 해로 기억할 거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고 그만큼 중요한 책이다. 


<분홍 습지>는 대구 성매매집결지의 110년 역사를 담았다. 미술 작가인 이수영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대구를 기록한 두 권 의 책 <대구이야기> 와 <조선 대구일반>을 다시 쓴다.  작가 본인의 작품들과 대구 자갈마당 (성매매집결지)의 사진들도 같이 보여준다. 1부에서 2부로 넘어갈 때 1909년 부터 2019년까지 연도를 쭉 열거한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사진들 (군사정권, 민주화 운동, 2002월드컵, 세월호 사고) 과 같이 나오는데 가슴이 콱 막힌듯 답답했다. 


자그만치 110년 동안 꺼지지 않았다. 2019년 철거할 때 까지 분홍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2부에서는 그곳에서 9년 동안 일했던 연두의 목소리를 듣는다. 어렴풋이 알았던 용어들을 마주하고 남자들이 얼마나 많이 오고 상대했는지 그런 얘기도 맘이 무겁지만 탈성매매를 하고 한 때 자신의 터전이었던 곳에서 외면받았다는 얘기도 마음 아팠다. 배신자로 생각한다는 것. 


2019년 대구에서 머물렀던 6개월의 활동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작가는 여성인권센터 활동가 들과 다니며 그곳에 가면 주는 복숭아 넥타 음료수를 얘기한다. 이젠 ‘복숭아 넥타에도 고통을 느낄 줄 알게 되었다’고. 


우리는 그 분홍 불빛이 110년동안 꺼지지 않았다는 걸 외면하고 살았다. 그 불빛은 대구 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곳에서 빛났다.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나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책의 마지막 문장 ‘공감은 힘이 세다’ 는 걸 느꼈다. 


습지에는 아파트가 세워졌지만 묻히지 않도록 다시 쓰고 알려줘서 작가와 출판사 목소리를 들려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불이 꺼지지 않았던 건 누구 때문이었는지. 다들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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