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입고 - 오은의 5월 시의적절 5
오은 지음 / 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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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출판사에서 나오는 시의적절 시리즈 다섯번째 초록을 입고 를 읽었다. 

시인들이 산문집이 달마다 나온다고 했을 때 반가웠다. 시인이 쓴 산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읽으면 바로 흡수되는 문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만큼 글자들이 날아가 버리고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이 쓴 산문은 한 번 읽어 모를 때도 있고, 새로운 단어도 못 보던 단어도 많이 만난다. 시인이 새로 언어를 만들기도 한다. 그 단어를 읽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문장을 곱씹다가 내 마음 어느 지점과 공명하면 여운이 남는다. 


오은 시인의 5월은 시인의 생일과, 또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날과 교통사고로 힘들었던 날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시인의 마음과 생각, 시와 글을 따라가며 내 5월은 어땠나, 난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다. 1일 부터 31일까지 글이 31편이지만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물론 5월에 이 책을 읽은 건 나에게 호사였다. 그리고 시리즈의 다른 책도 궁금했다. 


올해 달마다 나올 책들도 궁금하고, 지난 달이라도 그 달의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예를 들어 여름에 겨울로 가고 싶기도 하니까. 또, 겨울에 새봄을 기다리니까. 출판사 소개글처럼 제철음식 같이 제철 책이 시의적절하게 나와서 좋다. 


올해 책이 다 나오면 그 책들을 매년 들춰볼 수 있다면, 어떤 이도 부럽지 않을 거다. 매일 매일 조금씩 읽으며, 시와 시인의 마음과 가까워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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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위한 진로 수업 사춘기 수업 시리즈
권희린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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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학교 출판사에서는 1318이 알아야 할 주제를 선정해 사춘기 수업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사춘기를 문장 수업을 읽었고, 유익하고 좋았는데, 신간 <사춘기를 위한 진로 수업>이 나와 서평단으로 읽었다. 


<사춘기를 위한 진로 수업>은 16년 동안 진로 상담 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권희진 작가가 진로를 여러 갈래로 알아보고 미래를 구상할 수 있게 차분하게 설명하는 문체로 쓴 책이다. 

나도 어렸을 때 국어를 좋아하니까 진로를 정했고, 깊이 생각해 본 건 아니었다. 요즘 입시 제도 때문에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 부터 진로를 정하라고 압박하지만 현실은 아이들이 제대로 고민할 시간이나 환경도 갖춰지지 않았다. 

나도 모든 걸 경험해 본 게 아니고, 시대가 달라 아이에게 다양한 진로를 알려주고 싶어도 모르는 게 많아서 이 책이 반가웠고 읽고 싶었다. 


작가는 현재 4차 산업혁명시대이고, 어떤 것이 유행하며 트렌드는 무엇인지 얘기하며 시작한다. 이걸 따르라는 건 아니다. 굉장히 챕터를 잘개 쪼개놓아서 아이들이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고, 차근 차근 설명한다. 

내 적성과 좋아하는 것, 어떻게 찾아가고 발전시킬지, 자신의 경험과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 얘기한다. 또한 대학을 목표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는 적극 공감했다. 대학에 가서도 또 나중에 직장에 자리를 잡아도 다른 길을 찾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그걸 또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도 맞다고 생각한다. 


100세 시대에 한 가지 직업으로 살기 어렵고, 그렇다면 나를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구체적인 직업이 나온 목차와 예시를 유심히 보더라. 이런 길이 있어, 이건 어떠니? 새로운 걸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꿈을 꿀 수 있으니까. 아이가 꿈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또 응원해야지 책을 읽으며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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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생각을 스콜라 창작 그림책 81
정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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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작가의 신작 <생각에 생각을>을 읽었다. 

이전작들도 곱씹을수록 여운이 있었는데 이 책도 그렇다. 

표지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이번 그림책의 그림은 단순해 보인다. 

우리가 보통 살면서 생각하는 것들이 나온다. 


집을 나오며 하는 생각들. 

가스불은 끄고 나왔나, 오늘은 뭐 먹을까? , 오늘 며칠이지? 등등. 

그러다 주인공은 나는 행복한가? 자문한다. 


그 질문 뒤에 나오는 그림들. 여러 표정이 겹친다. 

나도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행복한가? 


우리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꼭 매일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이 정도면 살 만하다면 괜찮은 게 아닌지. 

유독 지치고 힘든 날, 이 책을 읽고 마음의 위안을 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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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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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흄세 시리즈 일곱번째 주제는 날씨와 생활이다. 

고전 소설에서 날씨는 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배경과 어울어져 분위기와 사건의 전개도 암시하기 때문에 

이번 주제가 궁금했고 기대했다. 


서평단으로 읽은 책, 루시 게이하트는 제목대로 루시 게이하트의 사랑과 삶을 다루고 있다. 

고향을 떠나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안고 시카고에 간 루시는 자신을 가르쳐준 선생의 소개로 유명한 성악가 서배스천의 연습을 도와주는 보조 연주가로 일한다. 루시는 공연을 볼 때 부터 서배스천에게 반하고, 나이 차이와 서배스천은 기혼자라, 마음을 숨긴다. 루시에게는 고향에서부터 루시를 좋아한 해리가 있다. 루시와 서배스천은 점점 가까워지고, 휴가를 맞아 해리가 루시를 만나러 시카고에 찾아온다. 


요즘 하늘은 맑고 한낮에는 여름처럼 햇빛이 뜨거운데 소설의 날씨는 흐리고 추웠다. 고전이라 전개는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날씨와 장소, 캐릭터가 한데 어울어져 몰입해서 읽었다. 주로 두 사람의 사랑이 나오고 한 명은 방해자라는 게 처음엔 흔히 보아오던 구성같지만 뒤로 갈수록 달라진다. 특히 3부에서 해리가 추억을 돌아보는 장면이 마음에 남았다. 결국 그가 추억하는 루시의 모습을 이 소설이 담은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니스트와 성악가의 만남이라 성악곡이나 피아노곡이 계속 언급돼서 나와서 같이 들으면서 이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 작가에게 꼭 이렇게 결말을 내야 했었나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비극이라 또 마음에 남는게 소설이니까. 해리가 끝내 지키고 싶어했던 발자국처럼 차가운 얼음이 깨지는 세 사람의 사랑이 오래 기억에 남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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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성별 -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Philos Feminism 7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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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스 페미니즘 7번째 책인 <자본의 성별>을 읽었다. 

부제대로 가족이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지 여러 조사를 통해 파헤치고 또 증명하는 책이다. 

프랑스 사회학자들이 쓴 책이라 프랑스 얘기가 주로 나와서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읽었다. 


여러 책을 통해 우리나라도 문제가 많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지도 그 나라의 여러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보다는 낫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게 이 책을 통해 많이 깨졌다. 프랑스 내에서도 여성의 위치는 높지 않고 가정 내에서 얼마나 여성이 배제되는지 얼마나 가난해지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알아가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프랑스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생각해 보면, 다르지 않다. 보통 가업도 남자가 물려받고, 이혼한 후, 여성은 양육을 맡아도 위자료나 양육비를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언론이 아니더라도 주변만 봐도 볼 수 있는 사례들. 이 책에서는 인터뷰와 통계 자료, 법까지 낱낱이 파헤치며 비판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피해의식이 아니라 실제로 가족 내에서 남성은 자본을 축적하고, 여성은 일하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작가의 마지막 결론에 주목한다. 작가들은 현대 자본주의에서 부의 불평등은 심화되므로, 사회 계층을 재해석하는 새로운 접근법, 즉 가족관계와 성별 불평등이라는 관점으로 독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연구가 지속되어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우리나라도 형식적인 평등이 아닌 새로운 가족법을 만드는데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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