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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의 감각 -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ㅣ Philos 시리즈 26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평점 :
<생명 그 자체의 감각>은 신경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크리스토프 코흐가 쓴 통합 정보 이론서이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대상으로 쓴 책이다. 난 통합 정보 이론을 이 책으로 처음 접했다. 통합 정보이론이란 현재 전역신경 작업공간 이론과 함께 신경을 설명하는 두 가설 중 하나다. 통합 정보 이론 즉 ITT를 지지하는 코흐는 주장한다. 우리가 무엇인가 볼 때 우리의 뇌는 그것을 모두 총체적으로 받아들인다. 의식은 주관적이고 구조화되며, 종합적이다. 이런 주장은 모호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여러 고전과 예를 들어 설명한다. 그래서 이론이 어렵더라도 예를 읽어나가면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2018년에 상상마당에서 본 전시를 떠올렸다. ‘디 오리진’이란 정실진환자들의 100여년 전부터 남긴 예술 작품과 정신의학 역사를 다룬 전시다. 그때도 느낀 건 정신, 의식은 단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복잡하다는 점, 작품들을 보며 감동받았다. 그 전시에서 흥미를 가졌던 정신 즉 의식에 대해 이 책으로 조금 더 깊이 알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의식은 경험이다’라고 이 책을 시작한다. 의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일어나는지, 동물을 비롯한 다른 생물도 의식이 있는지 짚어나가는 게 흥미로웠다. 저자는 인공 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기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의식을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그걸 지능과 비교해서 이야기한다. 인공 지능이 지능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실력만 좋아질 뿐이라는 것.
그리고 왜 이 이론이 중요한지 저자는 설명하며 2028년까지 의식 측정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힌다. 의식을 측정할 수 있다니, 놀랍지만 두려운 얘기이기도 했다. 특히 두 뇌를 한 마음으로 합칠 수 있다는 예측은 SF소설, 영화 생각도 들었다. 두 뇌를 연결해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말이 안 통해서 상대방이 생각하는 걸 바로 알 수 있다. 수백 개의 뇌가 이어지고 초월적 마음이 나온다면 책에 나온대로 사이비 종교가 떠오른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라는 의문이 들 수있다. 난 요즘 자주 떠올리는 문장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았다.
‘이 세상은 이분법으로 분리할 수 없다’
요즘 온라인 강의를 듣고, 페미니즘 서적 , 장애, 돌봄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자주 하는 생각이다. 그건 우리가 그 동안 지금 현재도 이분법에 너무 사로잡혀있었고, 그것만 벗어나도 많은 게 해결된다는 점이다. 의식을 분리할 수 없듯이 우리 몸과 정신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도, 돌보는 자와 돌봄 받는자도 동시에 이뤄지고, 자연과 인간의 경계도 나눌 순 없다. 우리는 다 함께 엉키어 구분할 수 없이 살아간다. 이 점을 이 책에서도 발견해서 좋았고 기뻤다.
그래서 마지막 챕터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의 의식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걸 수치화할 수 있을까 얘기하던 이 책의 목적지는 의식하는 존재는 모두 소중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의식이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는 삶을 경험한다. 제목 대로 우리는 그 자체의 감각를 제대로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짜 의식에 우리를 팔아버릴지 모른다.
통합 정보 이론은 아직 검증해야 할 것이 많은 신이론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의식을 들여다보고 제대로 느끼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책과 내용은 다르지만 ‘둔주병’을 다룬 ‘미치광이 여행자’도 생각났다. 그 책도 과학철학서로 소설처럼 100여년 전 유행했던 둔주병이 갑자기 나타나고 사라졌는지 추적하는데, 인간의 의식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책이니 같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