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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게 소리쳐! - 세상을 바꾸려는 십대들의 명연설문 ㅣ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1
아도라 스비탁 지음, 카밀라 핀헤이로 그림, 김미나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6월
평점 :
저는 가끔 어른의 미성숙함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잃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저의 10대는 당돌했고, 20대는 진취적이었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과 열정을 쏟았습니다.
세계 평화를 꿈꾸고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일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30대가 되니 저의 사고는 가정의 작은 밥상 정도로 축소되었습니다.
내 가족이 잘 사는 것, 내 아이들이 잘되는 것에 신경이 쏠렸습니다.
내 몸이 힘들어서 지구 반대편의 어려움에 대하여 무관심하게 지냈습니다.
이런 저에게 정신 차리라고 찬물을 확 끼얹어주는 고마운 책을 만났네요.
세상을 바꾸려는 십 대들의 명연설문을 담은 책.
‘더 크게 소리쳐!’입니다.
이 책은 자신의 신념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용감한 십 대들의 연설문을 묶은 책입니다.
기후변화, 환경보호, 과학, 발명, 신념, 정치, 교육, 청소년의 권리, 사회적 소외, 정체성, 장애인 인권, 프로페셔널 등 다양한 분야의 연설이 담겨 있습니다.
청소년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목소리나 의견에 용기를 얻을 것입니다.
어른이 이 책을 읽으면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 이 책은 영감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일상이 부끄러워지기도 했어요.
특히 지구 환경 악화에 대하여 어른의 책임을 묻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쓰레기 문제는 저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이 아이들의 연설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네요.
아쉬운 점은 이 책에 나오는 모두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적소수자나 성 정체성의 주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읽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과거에 내 생각이 옳다는 교만함이 있었는데요.
개인의 취향 존중, 평등, 자유 등의 명목 뒤에 있는 어떤 무서운 악영향이 있음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이 책에 ‘내가 남자라고 생각하면 남자가 되는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도 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아무리 좋은 명연설문이라도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토론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장점을 여기서도 찾을 수 있죠.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생각을 키우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가슴이 아픈 이야기는 어린아이의 조혼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메모리 반다라는 소녀의 나라 말라위에서는 10세 이전의 조혼이 빈번합니다.
어린 소녀들은 입문캠프라는 곳에 가서 지역 공동체 남자들과 강제로 관계를 맺는다고 하네요.
메모리 반다는 자신의 여동생이 11세로 중매 결혼을 하고, 자신도 곧 결혼해야 하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던 문화권에서 이 소녀는 용기를 내어 반대의 목소리를 외쳤습니다.
이런 가슴 아픈 상황이 아직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회가 변하려면 일단 현실을 인지하고 문제를 파악해야죠.
아이의 주장이 당장 사회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변화의 씨앗이 될 것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또한, 이 책에는 북한 출신의 미국 인권 운동가 조셉킴의 연설도 들어 있습니다.
제가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 주제가 들어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북한과 중국의 국경 지대에 갔다가 꽃제비와 인간 사파리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꽃제비는 북한에서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이고, 인간 사파리는 동물원처럼 인간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며 관광하는 것)
탈북 여성의 인권, 연좌제, 강제수용소, 공개처형 등…….
북한에 관하여서 충격적인 내용을 많이 들어서 20대 중반부터는 북한 관련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제가 이 시기에 열정을 쏟을 수 있던 이유도 처음 입을 연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세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많이 잃었어요.
알면서도 외면하고 사는 저의 모습이 참 부끄럽네요.
북한에 관한 주제도 빼놓지 않고 담은, 이 책을 엮은 아도라 스비탁에게 감사드립니다.
요즘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닫았습니다.
책은 닫았지만, 저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저의 역할에 대하여 고민하겠습니다.
이 시대의 어른의 역할.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역할.
저에게도 분명 이 세상의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할 힘이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공통으로 외치는 메시지도 이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글귀를 공유합니다.
30p. 여러분은 어느 누구보다 여러분의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들이 빤히 보고 있는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는 것입니다.
41p. 여러분이 제 나이였을 때 이런 것들에 대해서 걱정하셨나요? 해결할 방법을 모르겠다면 더 이상 망치지 마세요.
54p. 생각 없이 버리는 삶을 버리세요.
58p. 나의 선택이 중요하고 개인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에게는 힘이 있습니다.
79p.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믿는 것입니다.
134p.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157p. 교육은 희망이자 평화입니다.
202p. 희망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자신만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